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엇갈린 증시 전망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오랜만에 판정승을 거뒀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는 2.97% 상승한 8만3,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8만3,4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다시 갈아치우는 등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가 유력해진데다 반도체 경기가 올해를 넘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20% 넘게 올랐다.
이쯤에서 시선을 올해 상반기로 돌려보면 증권가의 평가는 국내와 외국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국내 증권사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맞았다며 긍정적 전망을 한 반면 외국계는 하반기를 정점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 2월8일 UBS는 SK하이닉스에 대해 “실적이 2017년 고점을 기록한 뒤 2018년 영업이익이 36%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 충격에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 주식을 내다 팔며 주가는 이튿날인 9일과 다음 날인 10일 각각 3.48%, 5.12% 하락했다. UBS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그달 24일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은 기관까지 매도 행렬에 동참해 주가가 5.38%나 급락했다. UBS 충격을 극복하고 상승세를 보이던 SK하이닉스 주가는 다시 한 번 외국계에 발목이 잡혔다. JP모건이 7월 초 “D램 마진은 올 3·4분기 고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반대로 국내 증권사는 “반도체 수요는 중장기로 탄탄해 실적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035720) 역시 외국계의 혹평을 비웃듯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이다. UBS는 지난 8월1일 “향후 몇 년간 카카오뱅크로부터 의미 있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동종 인터넷업체 대비 카카오의 현 주가는 과도한 상태이므로 투자의견 매도와 목표주가 7만5,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잘나가던 주가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카카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아 14만원 벽을 뚫고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는 중이다.
엔씨소프트(036570) 역시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매도 리포트에 주가가 출렁였으나 국내 증권사들의 잇따른 목표주가 상향이 현재까진 주가에 더 반영됐다. CLSA는 7월7일 ‘리지니M’ 성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고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제시했다. 전날(6일) 주가가 40만5,000원으로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30% 넘게 하락한 수치다.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평가가 맞아떨어지나 싶었으나 주가는 다시 정반대 흐름으로 돌아섰다. NH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56만원, 신한금융투자가 6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주가는 현재 45만원으로 국내 증권사의 예상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