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토요워치]'하루 1,200원' 절절(절약·절제)하게 산다…청춘들 '신 자린고비' 슈퍼 그레잇

김알뜰씨 출근 버스비 1,200원 쓰고 점심은 도시락

퇴근길은 뚜벅이…커피값 대신 5,000원 적금

"어제보다 부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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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타고 출근하면 1,200원. 점심은 도시락을 싸가고 퇴근할 때는 집까지 걸어가야지. 저녁은 집에서 냉파(냉장고 파먹기)로 해결하면 되겠다.”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김알뜰(34·가명)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 지출 계획부터 세운다. 이날의 총 지출 계획은 아침 출근 버스비 1,200원. 김씨는 가입한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 이 같은 ‘오늘의 다짐’ 글을 올렸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회원들의 댓글이 달린다. 오늘 하루 지출을 제로(0)로 하겠다며 ‘무지출 데이’를 선언한 다른 회원의 글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냉장고를 뒤져 사 놓은 지 오래된 치즈와 햄 등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과일 한두 가지를 더해 도시락을 쌌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나흘 전부터 ‘냉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있는 모든 식재료를 다 먹고 텅 빌 때까지 장을 보지 않을 생각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회사 근처 커피전문점 별다방이 눈에 들어온다. 몽롱한 정신을 깨워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하지만 두 눈 질끈 감고 지나친다.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가던 곳이지만 지난 7월부터 출입을 끊었다. 대신 회사 탕비실에 비치된 믹스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들고 회사 카페테리아로 갔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얼마 전부터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로 했다. 밥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재테크’다. 요즘 화제인 ‘김생민의 영수증’ 얘기를 하며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아낄 수 있을지 정보를 공유한다.

낮12시30분이 되자 스마트폰이 울린다. “오늘은 얼마니? 적금에 압구정현대아파트를 위해 얼마나 저축하시겠어요?” 두 달 전 적금을 가입한 한 시중은행에서 매일 이 시간이면 보내오는 문자다. 김씨의 재테크 목표는 한 푼 두 푼 아끼고 모아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사는 것. 이 때문에 적금 별칭도 ‘압구정현대아파트’로 설정했다. 김씨는 점심식사와 커피 값을 아낀 만큼 “압구정현대아파트 5,000원”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김씨의 입출금통장에서 적금통장으로 5,000원이 바로 이체됐다.


김씨는 “커피 값이나 택시비를 아껴서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사겠다고 하면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목표는 클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어차피 벌 수 있는 돈은 제한적이니 절약해서 목돈을 모으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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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짠돌이’가 된 것은 여자친구와 결혼 얘기가 오고 가면서부터다. 결혼자금으로 얼마를 쓸 수 있는지 알아보던 김씨는 회사 생활을 5년 가까이 했는데도 모아 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크게 사치한 것도 없고 그저 먹고 싶은 것 먹고 1년에 한 번 해외로 휴가를 갔을 뿐인데 월급이 다 어디로 갔는지, 줄줄 새나간 듯한 기분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직장 다니고 돈을 버는데 이 정도도 못써?’라는 심리가 컸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그는 자신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별것 아닌 것 같던 푼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 가입해 재테크 공부도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돈이 새 나가는 구멍을 틀어막자는 것, 푼돈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모으자는 것이었다. 재테크 카페에서 짠돌이 고수들이 소개한 공병 모아서 팔기, 안 입는 옷이나 물건 중고 거래하기 등 다양한 절약 비법들도 하나씩 따라서 해볼 생각이다.

퇴근 때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택시를 타기 일쑤였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걷기로 했다. 마침 미세먼지도 없어 공기도 깨끗하다. 걸어서 퇴근하기로 한 날에는 출근길에 챙겼던 운동화를 신고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는 냉파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냉동실 구석에 숨어 있던 돼지고기를 해동해 김치와 함께 볶음밥을 해 먹었다.

잠들기 전 김씨는 스마트폰 가계부 앱을 열어 오늘의 입출금 내역을 정리했다. 아침에 세운 목표대로 지출은 1,200원에 그쳤고 5,000원을 적금했다. ‘오늘 어제보다 부자가 됐다’는 기쁜 마음으로 김씨는 잠자리에 들었다. “남들은 그렇게까지 아껴서 뭐 할거냐고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간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행복해요. 앞으로도 저의 짠돌이 재테크는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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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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