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사상 최대 규모인 110만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해외여행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면세점 쇼핑이죠. 세금만큼 할인 효과가 있어 시중보다 저렴하게 물품을 살 수 있다는 장점에 해외여행 출발 전 한 번쯤 꼭 들러가는 곳이 바로 면세점입니다.
해외로 나가거나 한국을 찾는 관광 수요가 늘며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자 기업들은 서로 면세점 특허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데요, 2015~2016년 면세점 특허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면세점 선정은 권력 마음대로?=지난 7월 감사원은 관세청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면세점 특허심사 과정에서 특정업체가 불리하게 조작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죠.
먼저 2016년 추가 면세점 특허 발급 수는 최대 1개지만 각종 자료를 왜곡해 4개로 늘린 것이고,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심사 때 점수를 잘못 계산해 합격 업체가 뒤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정권이 기업과 결탁해 면세점 특허를 좌우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합니다.
관세청은 주된 업무가 수출입 통관 절차를 담당하는 건데, 아주 작은 비중에 불과한 면세점 심사 문제로 비리 기관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죠. 이후 정부는 면세 특허제도 전면 개편 작업에 들어갔고, 지난 19일 대통령을 따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장 면세점을 둘러본 뒤 면세점 특허제도를 민간 중심으로 공개 범위를 대폭 늘려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특허 심사 공개 확대 등 1차 대책 이달 발표=면세점 개선은 두 가지로 진행되는데요, 먼저 올해 말 특허 기간이 종료되는 롯데 코엑스점 1곳을 재심사해야 함에 따라 ‘원포인트’ 형식의 제도개선안이 이르면 이달 말 우선 발표됩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마련한 개선안이 토대가 되는데요, 특허심사위원회를 전원 민간 위원(현행 정부 6명, 민간 9명)으로 구성하고, 심사기준도 현재 5개 대분류(관리역량·경영능력·환경요소·사회공헌·상생협력)에서 중분류나 소분류까지 세분화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또 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 발표 때 각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도 공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심사위원별 점수가 공개되면 논란이 더 커질 수 있어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떻게든 이전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등록제 전환도 검토=롯데 코엑스점만 대상으로 하는 제도개선과 별개로 정부는 면세점 특허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할 계획입니다.
공정성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긍이 갈 정도로 ‘환골탈태’를 하겠다는 건데요, 그 첫 조치로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전원 민간으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9일 구성된 TF 위원장에는 유창조 전 한국경영학회장이 임명됐고 각 대학 교수와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TF에 참여했습니다. TF는 정부가 면세점을 허가하는 방식에서 신고제(등록제)·경매제 등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포함해 광범위한 중장기 개선 작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제도 개선에 필요한 자료 제공 등만 지원하는 보조적 역할만 수행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행히 내년에는 새로 심사할 면세점이 없어서 TF는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제도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면세점 선정과정에서 믿었던 정부에 뒤통수를 맞으며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환골탈태’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헛구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공정한 심사 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