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가 23일(현지시간)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또 다시 펼쳤다.
미 국방부는 B-1B 랜서 여러 대가 이날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아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B-1B 랜서 폭격기는 미국령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했고 F-15 전투기는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에서 발진했다. ’죽음의 백조‘는 이날 비행에 앞서서도 북한의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전후한 지난달 31일과 지난 18일 잇따라 출격한 바 있다.
미국 일간 HSA 투데이는 “미 국방부는 한국과 일본의 전투기들은 이번 작전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번 비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옵션의 범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멀리 북쪽으로 나아간 비행”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해온 무모한 행동을 미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대변인이 언급한 지점은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B-1B 랜서는 모양이 백조를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적지를 융단폭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췄다. 최대 탑재량이 B-52와 B-2보다 많아 기체 내부는 34t, 날개를 포함한 외부는 27t에 달한다.
핵무장은 못하지만 F-16 엔진 4대를 장착해 한 번의 출격으로 대량의 재래식 폭탄을 융단폭격할 수 있다. 스텔스 성능까지 갖추고 있고 최대속도인 마하 1.25로 비행하면 괌 기지에서 출격한 지 2시간 만에 평양을 폭격할 수 있다. 이른바 ‘참수 작전’을 펼칠 수 있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미사일(ICBM) 등 잇단 미사일 도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추가도발 예고 등에 맞서 북한에 강력한 군사경고를 보냈다는 의미다. 이날 비행은 북한 핵실험장에서 20여㎞ 떨어진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화이트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위협도 무찌를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들을 갖고 있다는 미국의 결의와 명확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미 본토와 우리의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군사적 능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출격은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 유엔의 강력한 제재,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말폭탄’ 등이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이 매우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1일 북한이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공에서 할 가능성까지 거론한 터라 수폭 시험을 억제하기 위한 무력시위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경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오히려 자신을 ’늙다리‘로 칭하며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예고로 맞서자 22일 한 연설에서 미국인 보호를 위해 “정말 다른 선택은 없다”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