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3조에 인수] 몸값 1년새 7배 뛰었지만…中心 잡으려 과감히 베팅

사드 갈등에도 중국내 판매 쑥쑥

中매출 준 유니레버 재도약 노려

베인캐피탈PE 2.5조 차익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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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코리아 매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후폭풍 속에서도 기술력을 가진 한국 화장품의 저력을 확인한 매각 사례가 됐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조차 사드 후폭풍으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아이크림·마스크팩 등 특화 제품을 가진 화장품 업체는 여전히 글로벌 업체들에 매력적이다. 한편으로 사드 후폭풍에 지친 국내 화장품 업계의 현실도 이번 매각에 반영됐다. 한국제품에 대한 일방적인 견제에 시달리느니 글로벌 업체에 비싼 가격에 팔리는 편이 향후 성장에 더 유리하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매각을 서둘렀다는 평가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1년 전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지불한 매각 대금의 7배가 넘는 금액을 내고 카버코리아를 인수했다. 베인캐피탈이 지난해 6월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4,300억원에 인수한 후 1년 3개월 사이에 2조5,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를 인수한 첫 번째 이유는 기술력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상품 구성이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사장은 “이번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킨케어 시장인 북아시아에서 유니레버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며 “인수 이후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레버는 그동안 카버코리아의 중국 내 상품 경쟁력에 눈독을 들여왔다. 유니레버는 중국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와 캔터 월드패널이 중국의 4만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26개 일용 품목 가운데 18개 품목에서 다국적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유니레버도 198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지난 30년 가까이 성장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3·4분기부터 중국 매출이 20% 급감했다.


중국 시장에서 시장 지위를 회복하려는 유니레버에 카버코리아는 가장 적합한 업체로 꼽혔다. ‘이보영 아이크림’ 등 홈쇼핑 주력 브랜드인 AHC를 보유하고 있는 카버코리아는 사드 여파에도 중국 시장에서 매출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사드 보복이 극심했던 지난해 11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마스크팩을 하루 만에 65만장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중국 내 저력은 이미 확인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유니레버는 기존 염가형 제품인 도브·바세린 등 염가형 스킨케어 제품에서 벗어나 AHC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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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코리아 매각 사례는 사드로 인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이크림과 팩 등 특화 상품을 보유한 화장품 업체는 사드 여파 속에서 글로벌 기업이 탐내는 매물이 된 반면 중국에서 K뷰티 열풍을 일으키던 대기업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장품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4분기 매출 1조4,130억원과 영업이익 1,3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8%, 57.9%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의 중국 대표 브랜드인 ‘후’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인의 구매 성향을 파악해 온라인 판매 채널을 대폭 확대했던 카버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4,295억원으로 직전 해 매출액인 1,564억원보다 17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800억원으로 직전 해보다 273% 성장했다. 지난 2015년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이 각각 210%, 380%에 달했다.

카버코리아는 매각을 대비한 몸값 올리기 전략도 주효했다. 카버코리아의 주력 브랜드인 AHC는 그동안 홈쇼핑 제품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제품 라인업 역시 아이크림 중심이었다면 앰플 등으로 다양화했다. 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모델로만 김혜수·이보영 등 톱스타에 이어 올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연 수십억원에 이르는 모델료를 주고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를 기용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고가 인수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1·4분기 EBITA 마진율은 37.7%로 최근 3년 사이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카버코리아가 다른 화장품 브랜드보다는 사드 영향을 잘 이겨내고 있지만 이미 최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이를 고가로 매각해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보리·변수연기자 boris@sedaily.com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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