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충격에도 북미와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한 납품 계약 규모를 지난해 대비 5배 늘리며 글로벌 부품사로 거듭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로 변신하겠다는 목표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에서 “현대·기아차는 현대모비스 부품을 줄이고 중국계 부품 적용을 늘리라”는 요구가 거센 가운데 중국 현지 업체와 신규 계약을 맺은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25일 “최근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48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부품 수주에 성공하고 특히 중국에서는 완성차 메이커 한 곳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수주인 10억 달러의 5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올해 총 60억 달러를 수주한다는 목표다.
현대모비스의 대규모 수주를 이끈 것은 북미 시장용 픽업트럭에 대한 샤시모듈 납품 계약이다. 모듈은 여러 자동차 부품을 기능별로 모아 조립해 놓은 일종의 ‘블록’으로 완성차 업체는 부품 대신 모듈을 납품받아 조립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그러나 모듈 납품은 완성차 업체와 차량 설계 시부터 협력해야 해 기술력과 상호신뢰가 없는 부품사는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현대·기아차에 모듈 납품을 시작하면서 모듈화 드라이브를 걸어 2006년에는 북미에서 팔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종에 대한 샤시모듈 납품을 성사시켰고, 이후 픽업트럭 납품을 준비해오다 이번에 의미있는 성과를 낸 것이다.
픽업트럭은 북미 비(非) 도시 지역의 선호가 뚜렷한 차종으로 적재함에 무거운 짐을 싣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차제 하부 뼈대 격인 샤시모듈의 내구성과 강성이 중요하다. 북미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메이커에 대한 샤시모듈 납품 여부는 부품사 품질경쟁력의 척도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샤시모듈 품질력을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도 모듈에 집중해 수주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대모비스는 북미에서 전장부품인 독립형 통합디스플레이(DCSD·Disassociated Center Stack Display)와 통합스위치모듈(ICS·Integrated Center Stack) 공급계약도 연장시키며 ‘전장 강자’로서의 위치도 확인했다.
중국에서 수주한 부품은 차량 오디오용 외장 앰프와 전자식 주차브레이크(EPB), 리어 램프 등이다. 이 중 오디오용 외장 앰프는 기존 거래처가 아닌 신규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 현대모비스가 해외에서 모듈과 램프, 제동장치, 전장품 외에 이른바 ‘감성 부품’으로 불리는 외장 앰프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용 음향 장비 분야는 글로벌 전문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다. 아울러 전자식주차브레이크(EPB)는 기존에 다른 부품을 공급하던 업체에 추가로 납품하게 됐고 램프는 기존 납품 계약을 연장시켰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기술 우위와 안정된 품질 관리 시스템, 상호 신뢰 등 여러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해외 완성차 메이커와의 계약이 가능하다”며 “연구개발(R&D)을 강화해 글로벌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