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이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다. 핵심은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면세점 특허 발급을 심사하는 특허심사위원회를 모두 민간위원으로 꾸리고, 평가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 방안에 대해 면세업계는 투명성 제고는 환영하지만 특허 수수료 인하·특허기간 연장 등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현재 면세업계가 당면한 위기 지원책이 빠진 점에 대해서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은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사업자 선정에 첫 적용될 예정이다.
◇민간주도형 특허심사위원회 상설화 =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면세점 제도개선 관련 1차 개선안을 확정·발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TF는 특허심사위원회를 민간주도형으로 전환해 독립성, 공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특허심사위원회는 관세청 차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꾸려진다. 위원장도 민간위원들이 선출하기로 했다.
특허심사위원회도 임기 1년, 중임의 상설 위원회로 전환한다. 지금은 위원 수가 총 15명 이내지만 앞으로는 △보세구역 관리역량 △경영 역량 △ 관광 인프라 △ 경제·사회 공헌 및 상생협력 등 4개 전문분야별로 25명씩 100명 내외로 위원을 늘린다. 회의는 전체 위원 중에서 전문분야별로 6명씩, 위원장 1명까지 총 25명 이내로 무작위 추출해 개최할 방침이다.
심사 후에는 평가항목별 평균 점수를 개별기업에 통보하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을 예정이다. 현재 매장면적이 클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매장면적’ 항목은 앞으로 최소 기준면적(496㎡) 충족 여부만 심사하는 등 일부 평가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관광인프라 개선’ 배점은 150점에서 200점으로 늘리고 ‘사회환원·상생협력’ 평가항목을 통합·재조정하면서 배점을 300점에서 250점으로 줄인다. 아울러 ‘청렴 옴부즈맨’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제도개선안은 오는 12월 31일 특허 기간이 만료하는 롯데 코엑스점부터 적용된다. 롯데면세점 특허 공고는 오는 29일 나서 11월 20일까지 유효하다. 이어 11월 말까지 세관장 검토 및 사전 승인 신청이 이뤄진다. 특허 심사 및 사업자 선정·발표는 연말에 진행될 예정이다.
◇지원책 없는 원론적인 논의에 실망=면세점 업계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업계가 당면한 현안 과제인 특허수수료, 특허제도 개선안, 국회에 계류된 유통 관련 규제법,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 지원책 등은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얼마 전 면세점 업계의 현장 애로점을 청취하고 지원책을 논의해 내겠다고 했는데 지원책은 커녕 정책 당국에서 관심 있을 만한 면세점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만 언급했다고 큰 아쉬움을 표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사드 영향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신규 면세점의 범람으로 포화 상태”라며 “여기에 규제도 늘다 보니 면세점업을 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규제와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를 논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입찰제 및 등록제를 검토하겠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좋으나 나쁘나 일관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시장이 좋을 땐 규제하고 나쁠 때 개선한다고 하는 오락가락 정책에 신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특허심사위원회의 민간주도형 위원회 전환 등 특허심사 거버넌스 개편에 대해서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과 기재부에서 민간으로 책임을 떠 넘기려는 모습”이라면서 “면세점 전문가가 몇 안되는 데다 면세점에 대해 모르는 교수들이 전문가로 등재돼 있어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오는 게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희정·임진혁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