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신인석 금융통화위원이 27일 “현재의 기준금리(연 1.25%)는 충분히 낮아서 중립금리를 밑돈다”고 말했다. 부진했던 소비에 대해서는 “조정 완료를 기대할 만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경제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신 위원은 이날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짐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줄면서 경제의 균형금리인 실질중립금리도 떨어졌지만, 현재의 기준금리는 이보다 더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내린 뒤 14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긴축 신호를 꾸준히 보내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각종 변수에 좀처럼 인상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금리 수준을 뜻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으면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진다.
신 위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중립금리도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기 후 조정을 받았던 선진국의 소비와 투자가 정상화되고 있고, 지난 6년간 뚜렷했던 우리 경제의 가계소비 부진도 해소될 시점에 왔다는 것이다.
우리 가계의 소득 대비 소비의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2012년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특히 장년층 이상이면서 주택을 보유한 가계에서 두드러졌다. 2012~2014년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진 이후, 빚 내고 샀던 집값이 하락하자 타격을 더 크게 받은 가계가 소비를 더 많이 줄였기 때문이다.
신 위원은 이와 같은 ‘소비 조정’이 끝날 시점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주체들이 자산가치 변화에 맞춰 소비와 저축을 조정하는 데 5~7년은 걸린다”며 가계소비성향 하락이 최근 5년간 계속됐고, 2015년 이후 아파트 가격이 예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 등에 비춰 “최근에는 중립금리의 하락을 가져온 원인들이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고 봤다.
이어 “(소비) 조정의 완료를 조심스레 기대해볼 만한 시점”이라면서 “소비와 투자가 정상화하면 중립금리 하락 현상도 해소되면서 장기간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 기조도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위원은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증가세 해결을 소비 부진 해소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북한 리스크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등 지정학적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사드의 수출 관련 여파, 북핵 문제의 경제 심리 위축 가능성 등이 올해 경제 흐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거시경제의 향후 모습은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