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北리스크에 불안감 고조...원화자산 대거 파는 외국인

外人 이달 원화채권 1.6조 순매도

'격추' 등 발언 26일엔 2조나 팔아

CDS프리미엄도 74bp로 치솟고

국고채 금리는 올 최고치 기록

이탈 계속땐 기준금리 인상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옵션이 완전히 준비됐다고 발언하는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며 외국인이 원화 자산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국가부도 위험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로 치솟았다. 외국인의 채권 매도와 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 모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장외 채권 시장에서 현물 원화채권을 1조6,75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특히 전일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격추’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발언에 놀란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2조원이나 팔기도 했다. 외국인의 월별 원화채권 순매매는 지난 7월까지 매수세를 보였으나 북핵 리스크가 고조된 지난달부터 다시 매도세로 돌아서며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달 들어 잔존 만기가 5~6년 남은 국고 10년 비지표물 13-6(5,900억원), 17-4(5,000억원), 15-9(4,000억원), 13-2(1,500억원), 5년물 지표물인 17-4(5,000억원) 등을 팔았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원화채권을 팔아치우면서 채권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1.747%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5.5bp 오른 1.887%에 장을 마쳤다. 5년물은 1.087%로 6.7bp 상승했으며 장기물인 10년물도 5bP 상승해 2.360%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자산 시장의 큰손인 템플턴이 10년 비지표물을 매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템플턴은 올해 6월 2조원가량의 채권을 순매도한 후 7월에 다시 순매수했지만 9월에는 다시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핵 리스크로 인해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채권을 매도하고 다시 비슷한 규모로 재투자하는 행태를 자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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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턴 등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대규모로 매도한 것은 최근 북한과 미국 간 갈등으로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가 커진 영향이 크다. 양국 간 긴장감은 이달 초 북한이 핵실험 도발을 시작하면서 커졌다. 특히 이달 25일에는 리 외무상이 “미국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외국인의 자금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원화채권 투자의 지표가 되는 국가·기업의 신용도인 CDS 프리미엄은 올해 초 40bp(1bp=0.01%포인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달 26일은 74.09bp까지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로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질수록 오른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신용도가 낮아져 채권 발행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국가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으로 Aa2 등급으로 중국보다 두 단계 높지만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중국보다 높다”며 “대부분 국가의 부도 위험이 현저히 낮아지는 가운데 한반도 상황으로 한국과 일본만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외국인 자금이탈이 계속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 자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국내 경제상황에 민감한 만큼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내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 미국 달러화가 글로벌 통화에 비해 약세를 나타내면서 최근 한반도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평온한 편”이라며 “금리를 높이고 긴축적 경제정책을 쓰는 게 합리적이지만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당국이 보다 신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자본유출이 어느 정도 발생해도 금융당국은 금리를 높이기보다는 외환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과 금리를 안정시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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