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항소심에 또다시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정씨의 덴마크인 승마코치였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도 증인으로 부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은 “정유라 보쌈증언”을 놓고 초장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28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부회장과 다른 피고인들은 나오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절차에 관해 논의하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항소 이유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기일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첫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으며 이때는 피고인들이 모두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형량을 높이려는 특검과 전면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단은 국정농단 핵심 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 별도 구인 절차 없이 증인 채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특검은 “이미 1심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충분히 신문한 증인”이라며 증인 채택은 안 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삼성은 정씨의 승마코치로 독일에서 정씨가 탔던 명마들을 산 것으로 알려진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특검은 헬그스트란이 “이 부회장과 최씨가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과정에 연루된 공범 같은 존재여서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며 이런 내용에 대해 덴마크 당국에 형사사법공조상 사실조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특검과 변호인단의 신경전도 여전했다. 변호인단이 “특검이 당초 증언을 거부했던 정씨를 새벽에 집 밖으로 불러내 ‘보쌈증언’을 시키는 바람에 최씨가 진술을 거부했다”고 말하자 양재식 특검보는 “굉장히 모욕적인 언어로 굉장히 유감”이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