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이해당사자들이 협조해 고통을 분담한다면 금호타이어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신규 자금 투입과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 등을 모두 기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채권단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추가수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금호타이어의 조기 회생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 실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금호타이어에 필요한 추가 신규자금을 2,000억원 규모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자율협약을 체결하면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상환이 연말까지 유예되나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규모는 1조9,5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금호타이어는 현금이 바닥나 채권단이 제공한 당좌대월도 쓰고 있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인데 한도 870억원 중 400억~500억원을 이미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실적개선이 원활하지 않으면 신규 긴급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중국 사업도 문제다. 한때 금호타이어 전체 매출의 40%까지 차지하던 중국 사업 비중은 판매가 줄면서 10% 전후로 낮아졌다. 중국 법인의 차입금은 3억달러(약 3,440억원) 정도인데 만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 마이너스통장을 갚고 중국 현지 은행 채무부터 상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매각전이 종료되면서 안정된 만큼 3·4분기 이후부터는 실적이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신규 자금은 실사 결과를 놓고 판단할 문제”라면서 “타이어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견고하고 수요공급이 안정적이어서 회사가 더 노력하고 고객 신뢰가 회복되면 실적은 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로의 매각이 진행되면서 이미지 추락으로 해외 판매가 축소되고 실적이 악화됐으나 매각 이슈가 말끔히 정리됨에 따라 회생 가능성이 높고 신규자금 투입이 더해지면 더 빨리 정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채권단은 추가지원에 따른 부담 등으로 일단 선을 긋고 보자는 태도다. 실제 일부 채권단에서는 2,000억원 규모라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채권단 내부에서 신규 지원 규모를 놓고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르면 올해 말 실사 결과 숨겨진 부실 등이 드러나 투입해야 할 신규자금 규모가 커지면 채권단 전체가 반발할 수도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를 위해 금호타이어의 조기 회생이 필요한데 일부 채권단 때문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광주와 곡성·평택 공장 및 다수의 타이어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에 대한 자금 지원이 없어 파산해 국내 생산 중단에 나서면 약 2만5,194명의 고용 감소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에서는 금호타이어에는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어 인력감축, 임금삭감 같은 구조조정이 어렵고 채권단의 신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신규지원을 하더라도 노조의 조기 회생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이날 박삼구·이한섭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손봉영 G. 생산본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손 신임 대표는 1986년 금호타이어 입사 후 연구본부와 생산기술본부 등을 거친 연구개발 전문가다. /황정원·강도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