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8원40전 오른 1,149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북미 간 긴장 고조에도 장중 환율 변동폭은 3~4원에 그치면서 좁은 움직임을 이어왔지만 이날은 얘기가 달랐다. 1,144원으로 상승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원화자산을 정리한 외국인의 역송금 물량이 유입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황건일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환율이) 급변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음에도 오름세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지난 7월11일 이후 처음으로 1,150원까지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직전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에야 찔끔 내려앉았다.
달러 강세가 주요 요인이기는 했지만 이처럼 원화의 몸값 하락을 부채질한 것은 역시 북한 리스크였다. 역대 가장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외국인들은 ‘보험’ 차원에서라도 원화 자산을 정리하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인 10월10일 전후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제까지의 학습 효과에 젖어 북한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날 ‘북한경제리뷰 9월호’에서 “최근의 북한 관련 위험이 ‘블랙스완’에 해당한다면 금융시장에서 과거 관찰자료만으로 그 위험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금융시장이 북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블랙스완’이란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실현된다면 금융시장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