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독단적인 법정관리 신청으로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내달 17일 산은 보유 지분의 ‘지분매각 거부권’이 종료되면 한국GM은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철수하는 길은 열리게 된다.
28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산은의 비금융 출자회사 지분 정리 방침과는 별개로 한국GM 지분은 당분간 보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GM의 지분은 GM 인베스트와 GM 아시아·태평양 홀딩스 등 GM 계열사가 76.96%를 들고 있다. 산은은 17.02%로 2대 주주이고, 상하이자동차가 6.02%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2대 주주이지만 2002년 GM이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용안정을 이유로 15년 동안 GM의 지분 매각을 거부하는 ‘비토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는 10월 17일이면 비토권 행사 기한이 끝난다.
정부가 비토권이 소멸하더라도 산은이 한국GM 지분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GM의 독단적인 법정관리 신청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월 이후에는 GM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산은은 GM의 법정관리 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전했다. 한국GM은 최근 3년 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GM 측이 지분 매각 대상을 찾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 등 청산의 방법으로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한국GM 부평공장 부지의 공시지가만 4조원이 넘는 등 청산을 하더라도 챙길 수 있는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이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 이런 가능성은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한국 GM이 지분을 매각할 제3자를 찾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부에 따르면 GM과 산은은 GM이 한국GM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산은의 지분도 함께 넘겨야 하는 동반매도권(Drag Along)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지분매각 거부권이 사라진 10월 이후, GM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의 인수 절차 없이도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한국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로서는 한국GM과 정부 모두 GM의 철수보다는 한국 시장의 경영난 회복이 우선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신임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GM의 주요 5대 시장 중 한 곳”이라면서 “한국GM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GM의 경상비 지출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철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두는 동시에 한국GM의 구조조정 작업을 측면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인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