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오랜 숙원인 헤지 거래세 폐지와 해외기관투자가에 대해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 지정을 밝혀 주목된다. 지난 2002년 출범 당시 4개에 불과하던 ETF 상품 수는 15년 만에 300개를 넘어섰고 일평균 거래대금 기준으로 세계 5위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유동성이 여전히 일부 종목에 쏠려 있다. 특히 유동성공급자(LP)가 헤지 목적으로 주식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거래세도 시장의 질적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한국거래소는 28일 ‘2017 글로벌 ETP 컨퍼런스 서울’에서 앞으로 ETF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헤지 거래세 폐지가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유동성 개선을 위해 국내 LP들의 거래세 폐지가 관철되도록 하겠다”며 “거래세가 유동성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헤지 거래세가 면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선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LP들은 헤지 목적으로 주식을 매도할 때 0.3%의 거래세를 부과받고 있다. 이로 인해 기초지수와 실제 ETF 수익률 간 괴리가 발생해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 상무는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종목에 유동성 쏠림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헤지 거래세를 폐지하면 유동성 쏠림현상의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지 거래세는 오랫동안 자산운용업계가 폐지를 건의했지만 당장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김 상무는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해외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시장조성자 지정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김 상무는 “사실상 마켓메이커 역할을 하는 해외기관들을 시장조성자로 지정할 것”이라며 “이들 기관이 ETF와 ETN 등 ETP 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어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해외기관에 수수료 면제 등의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국거래소는 ETP 시장의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유망 섹터 ETF 상품을 출시하고 변동성지수(VIX)가 편입된 ETN 등의 상장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에 상장된 ETF를 국내에 중복 상장시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폭을 넓히는 방안도 병행하기로 했다.
/송종호·박성규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