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념 떠나 어깨동무 하는 美..."네가 적폐" 삿대질 하는 韓

■너무도 다른 韓美 정치권의 현주소

오바마·부시·클린턴은 '프레지던츠컵'서 함께 美 응원 하는데

여 "MB 탄핵 됐어야" 한국당 "16세기식 마녀사냥" 대결 격화

화기애애한 美 전직 대통령들    버락 오바마(왼쪽부터),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리버티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참석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화기애애한 美 전직 대통령들 버락 오바마(왼쪽부터),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리버티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참석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고개 숙인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고개 숙인 MB 이명박 전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 세 명의 중년 남성이 나타나자 골프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환호의 주인공은 골프 선수가 아니었다.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한 세 사람은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미국의 전직 대통령 세 명은 미국·인터내셔널팀의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첫날 함께 모습을 드러내 미국팀에는 응원을, 국민들에게는 감동을 안겨줬다.


#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에 작성된, 당시 국가기관의 공영방송 개입과 야권 인사 사찰, 민간인 해킹 정황이 담긴 5개의 문건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민주당이 8월 출범시킨 ‘적폐청산위원회’는 이들 자료를 공개하며 “지난 정부의 명백한 적폐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현 정부와 전 정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과거사 전쟁’에 추석을 앞둔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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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시간 차이로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대조적인 장면은 두 나라 정치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비록 한때는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고 날을 세웠지만 각 정권에 대한 존경과 예우로 퇴임 후 발전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미국 지도자들과 달리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는 막말과 고소·고발이 오가는 전현 정권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보수 공화당과 진보 민주당 대통령이 어깨동무를 하며 국민들에게 화합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네가 적폐’라며 삿대질을 한다. 일그러진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정부 여당의 적폐청산 움직임을 둘러싸고 여야는 29일에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이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 작업을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하며 정면 비판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됐어야 할 대통령”이라고 응수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이명박 정부 생산 추정 문건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국가라면 감히 상상을 못할 일”이라며 “MB 정권은 사찰공화국, 공작공화국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여당은 전날 공개된 문건에서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31명의 명단이 ‘국정 저해 지자체장’이라는 이름으로 실린 것과 관련해 연쇄고발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성 고양시장이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고발 계획을 밝혔고 염태영 수원시장도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층은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쇼에 불과하다”며 “5년도 남지 않은 좌파정권이 대한민국 70년을 모두 부정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적폐청산을 앞세워 보수정권 9년에 대한 한풀이 정치보복이 16세기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며 “촛불을 화형의 횃불로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보수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움직임이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보수층의 결집이 빨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씩 상승해 자유한국당 13%, 바른정당 9%를 기록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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