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워치]가족의 재구성-경제불황의 그늘...재산·보험금 노린 존속범죄 5년새 2배 급증

지난 6월22일 오후4시 119상황실에 “50대 남자가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 갯바위 근처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가족들은 함께 물놀이를 왔다가 변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단순 익사사고로 처리하려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고를 당한 갯벌이 썰물로 물이 빠진 상태였던 것. 경찰 수사 결과 보험금을 노리고 아들과 모친이 공모한 살인사건으로 밝혀졌다.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존속(尊屬)범죄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 등을 노린 자녀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모 등 존속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2013년 1,141건에서 지난해 2,235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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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범죄의 유형은 정신질환이나 우발적인 분노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경기불황 때문에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 등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평균 수명이 늘어난데다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이 부모에게 기대 살면서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늘고 있다”며 “자녀가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범행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다. 특히 경제 문제로 벌인 존속범죄는 계획적인 경우가 많아 잔혹한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5년간 존속살해 사건은 총 252건으로 일주일에 한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살인 가운데 존속살해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금전·취업 문제 등으로 생기는 존속범죄는 가족의 기능이 약화돼 일어나는 부작용”이라며 “가족 간의 폭행 등 존속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꺼리거나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존속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관대한 처벌을 꼽고 있다. 현행법상 자녀가 부모를 폭행하는 존속폭행은 피해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피해자인 부모의 상당수는 자신을 때린 자녀의 미래를 우려해 선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대를 경험한 노인이 전체 노인의 9.9%(6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져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0.6%(3,532건)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존속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해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아 추가 피해가 발생하거나 장기간 폭행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가족 내에서의 갈등이 살인 등 중대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법기관이 엄중한 처벌 등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관계복원을 위한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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