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의 청력 손상 등 잇따른 신체 이상 증상과 관련해 대사관 인력을 축소하기로 하는 한편 자국민에 대해 쿠바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 외교인력은 물론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다.
미 국무부는 이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에서 “쿠바 정부가 우리 외교인력의 안전을 보장할 때까지 주쿠바 대사관 인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미 관리를 인용해 주쿠바 미 대사관의 인력이 기존대비 60% 감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쿠바 미 대사관에는 현재 50명가량이 근무 중이며 이 가운데 필수인력을 제외한 직원들과 가족들이 철수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이날 자국민의 쿠바여행 주의보도 발령했다.
아바나 주재 미 외교관들은 지난해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뇌 손상과 청력손실, 메스꺼움, 두통, 이명(耳鳴) 등 괴증상을 호소해왔으며 지난 8월까지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 그 숫자가 가족들을 포함해 최소 21명에 이르고 있다. 그 원인을 놓고는 ‘음파 공격(sonic attack)’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쿠바에 나간 많은 외교인력이 ‘특정한 공격’의 표적이 돼왔다. 공격은 외교단지나 미국민이 자주 찾는 호텔 등에서 이뤄졌다”면서도 “공격의 원천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주쿠바 대사관에서 해오던 미국 입국 비자 업무도 무기한 중단했다.
이 같은 결정은 틸러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쿠바와의 외교단절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았다.
미 정부는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들에 대해선 추방 검토를 했지만 현재로서는 추방명령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한때 대사관 폐쇄 조치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미-쿠바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12월 적대 관계 청산 및 쿠바와의 관계복원을 선언한 뒤 이듬해 5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삭제하고 같은 해 7월 1961년 외교단절 이후 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의 문을 다시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의 자금이 쿠바 군부에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군부 또는 정보당국과 연계된 기업과 미국인 사이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미국인의 쿠바 개별여행은 제한하는 등 제한적인 대(對) 쿠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쿠바 정부는 “성급한 결정”이라면서 “양국관계에 (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바 정부는 미 외교인력의 괴증상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특정한 공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