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명인 상품’의 인기가 높다. 올해 들어 계란 파동 등으로 먹거리 불신이 커진 가운데 생산자 실명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가 판매로도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1일 공영홈쇼핑에 따르면 올 추석은 자체 기획한 명인·명장 상품에 대해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대표적으로 한과 명장인 김규흔 명인, 식품 명장인 김순자 명인이 꼽힌다.
최초의 한과 명장이기도 한 김규흔 명인은 30년 이상 한과를 연구했다. 경북 영덕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난 김 명장은 19세 때 무작정 상경해 섬유회사에 취직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세 들어 살던 집 아주머니 소개로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당시 처형과 동서가 운영하던 한과공장에서 일한 것이 그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관리자로 일하면서 ‘한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이후 한과에 관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2년 남짓 한과 공장에서 일하다가, 1981년 27살 때 서울 월계동의 동네 시장 골목에 10평 남짓한 한과 공장을 차렸다. 당시 약과의 모양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연꽃 모양과 마름모꼴 약과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다. 다른 업체가 모방하면 다시 새로운 모양을 만들었다. 한편으로 한과의 맛을 바꿨다. 모양과 달리 맛이란 모방하기가 어려워 모방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여유가 생겼다. 다른 업체가 맛을 모방할 동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래서 시장에선 ‘김규흔은 한과시장을 선도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고, ‘김규흔이 출하하는 한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시장의 한과 가격이 좌지우지되며 달라진다’는 말이 오갔다.
김 명장의 한과는 재료부터 남다르다.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한 국내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인공색소 대신 백년초나 치자, 송홧가루 등 천연재료로 색을 낸다. 자연 재료를 이용한 만큼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젊었을 때부터 모든 한과를 만들 때 제작일지를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이 사항은 물론이고 그 날의 일기와 습도, 온도까지 세심하게 기록을 해둔다. 사무실 내 오래된 철제금고에는 돈이 아닌 이 제작일지 수십 권이 보물처럼 들어가 있다. 내일 약과를 만든다고 하면, 지난 3년간 제작일지를 차분히 살펴보면서 만드는 제조법(레시피)을 조정하는 시간을 가진다. 조그맣게 시작한 한과 공장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했다. 경기도 의정부를 거쳐 1995년 포천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한과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50여 개국을 돌며 해외 시연과 홍보에도 앞장섰다. 서양의 요리 장인들은 재료와 제조법에 대해 듣고는 발효식품이라는 것에 놀라고, ‘약보다 더 좋은 음식’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김 명장은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과의 맛과 올바른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2008년 포천에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을 열었다. 한가원의 1층 전시실에서는 한과의 제작 과정, 재료, 역사와 유래, 종류를 알 수 있고, 2층 전시실에서는 계절에 따른 한과, 전통차와 한과, 한과와 세계 과자, 한과의 제작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한과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김 명장의 이름에 걸맞게 추석을 맞아 공영홈쇼핑에 론칭한 ‘김규흔 명인 한과세트’는 1억원 이상(주문액 기준)의 판매실적을 나타냈다.
대한민국 제29호 식품 명인은 한성식품의 김순자 명인이다. 김순자 명인은 대한민국 김치명인 1호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의미가 크다. 김치 분야의 첫 번째 명인으로서 김치의 세계화를 최종 목표로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김치 만들기 위해 한성식품을 시작한 명인은 현재 55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하고 33개국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김치 명인으로서 역사를 보존 및 전수하기 위해 여덟 명의 후계자를 양성하고 있다.
충남 당진의 종갓집에서 태어난 김순자 명인은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웠다. 특히, 어릴 적부터 알레르기가 심해 김치를 주로 먹게 되면서 관심과 애정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김장철에 15종에 달하는 김치를 담그게 되면서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전수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1985년 우연히 호텔에 갔다 한 손님이 김치맛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듣고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명인의 김치는 신선한 국내산 농산물을 이용하여 담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배추는 사전 계약한 재배지에서 잎 수가 많고 껍질이 얇은 것을 선별하고 천일염에 배추를 절인다. 고추는 태양에서 직접 말린 호남 초를 사용하며, 단맛은 배즙, 무즙, 양파즙을 넣어 맛을 낸다. 김치에 빠질 수 없는 젓갈은 음력 6월에 담근 새우젓과 남해의 멸치젓을 혼합하여 감칠맛을 내며, 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아삭하고 깊은 맛을 가질 수 있도록 밀가루 대신 찹쌀을 넣는다.
한성식품은 전통 김치 100여 종은 물론 명인이 특허를 낸 미니롤 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역김치 등 16종을 생산하고 있다. 김치 관련 특허가 25종에 달하는 것은 명인이 30년이 넘도록 김치만을 연구하고 개발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순자 명인의 김치는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으며, 2016년 대한민국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추석 공영홈쇼핑에서 ‘김순자 명장 포기김치’는 1억8,000여만원의 판매 실적을 보였다.
한편 공영홈쇼핑은 우리 식품 계승·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식품명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명인 상품은 국가적 자산”이라며 “공영홈쇼핑을 통해 우리 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식품명인은 전통식품의 제조, 가공, 조리방법을 원형 그대로 보전해 시현하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분야에 20년 이상 종사해야 지정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