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극본 윤경아, 연출 홍석구) 마지막회에서는 정희(보나 분)의 최종 애정전선이 동문(서영주 분)과 이어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앞서 정희는 전학 간 손진(여회현 분)을 찾아갔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동문의 참사랑을 깨닫고 그에 대한 애정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다시 대구로 돌아온 정희는 아빠(권해효 분)와 이모(박하나 분)의 다정한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정희는 이모에게 투정을 부리며 미운 감정을 쏟아냈다.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혜주(채서진 분)는 아빠(조덕현 분)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애숙(도희 분)은 집에 돌아온 혜주에게 영춘(이종현 분)이 빨갱이로 몰려 잡혀갔다고 전했고, 정희에게 손진의 번호를 받은 혜주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혜주는 구치소에 수감된 영춘을 찾아가 앵초(조아인 분)를 자신이 맡겠다며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춘은 혜주를 매몰차게 대했다. 이후 혜주는 경찰에게 영춘이 자신을 돕느라 빨갱이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영춘은 풀려났고, 혜주는 영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영춘을 풀어준 대가로 혜주는 빨갱이로 낙인찍힌 채 퇴학하게 됐다. 학급 친구들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정희는 교내 방송을 통해 혜주가 좋아하는 곡을 작별곡으로 흘려보냈다. 이에 혜주는 전학 온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정희와 나눴던 우정의 순간들을 회상했다. 이 일로 정희는 학교에서 근신을 먹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정희 아빠는 정희에게 “빨갱이랑 놀았던 걸 왜 속였냐”며 혼냈고, 정희는 “아빠는 왜 이모랑 바람폈냐”며 따졌다. 진실을 추궁하는 정희에게 엄마는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불쌍해서 모른 체 했다고 말했다. 정희 엄마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정희네를 떠나는 이모에게 화를 내기보다 체념한 듯 타이름으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정희 아빠는 정희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무릎 꿇었다.
영춘은 혜주에게 더 이상 피해를 주기 싫은 마음에 모진 말을 남기고 부산으로 가겠다고 했다. 자신 때문에 울면서 돌아가는 혜주를 보자 영춘은 마음이 약해졌다. 영춘은 혜주를 붙잡고 사랑한다고 고백했고, 혜주는 영춘과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이는 곧 혜주와 정희의 이별을 뜻했다.
동문은 정희에게 영화표를 건네며 남자친구가 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같은 시기 대구에 내려온 손진은 혜주를 핑계로 정희가 보고 싶어 내려왔다고 밝혔다. 손진은 정희를 좋아하게 됐다며 이제라도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겠냐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정희는 동문과의 영화, 터미널에서 손진과의 만남 중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정희는 먼저 손진에게 미안하다고 전한 후 동문을 찾아갔다. 동문은 정희의 눈에 기쁨의 입맞춤을 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발랄하고 발칙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코믹로망스 드라마로, 1979년도의 정취를 전하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흡인력을 갖췄다. 기성세대에게는 당시의 추억을 소환케 했으며,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원작에서 당시 정치적, 성차별로 억압된 사회풍토를 주제로 다룬 것에 비해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에 초점을 맞춰 또 다른 재미를 추구했다. 주인공 정희가 서울에서 전학 온 혜주와 벗을 삼는 과정, 손진과 동문 사이에서 애정을 갈등하는 과정이 학창시절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자극했다.
보나, 채서진, 여회현, 서영주, 이종현, 도희 등 신인 연기자들은 각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70년대에 녹아들어 제 몫을 해냈다. 비록 짧은 8부작이었지만, 앞으로 배우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한편 ‘란제리 소녀시대’ 후속으로는 9일부터 정려원, 윤현민, 전광렬 주연의 ‘마녀의 법정’이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