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CAR-T(키메라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에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접목돼 치료제의 사용 확대에 기여할 것입니다.”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의 판매 허가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업계가 차세대 CAR-T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전자 가위 기술이 새로운 면역 항암제 개발에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CAR-T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 속 DNA에 암세포를 인지하는 유전자를 주입하고 이를 다시 환자 몸에 넣어 암세포만 죽이도록 하는 약이다. 유전자 가위는 세포 내 각종 유전체 정보를 자유롭고 정확하게 자르거나 교정할 수 있는 기술로 유전자 치료의 핵심이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네이처가 공동개최한 ‘유전체 교정 콘퍼런스’ 강연차 방한한 레이첼 하울위츠(사진)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킴리아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이후 나올 제품에는 적용될 수 있다”면서 “DNA와 세포 등의 삽입뿐 아니라 교정 과정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적극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리부바이오사이언스는 노벨화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하울위츠 대표가 지난 2011년 공동 창업한 업체로, 유전자 가위 기술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노바티스와 듀폰 등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하울위츠 대표의 전망대로 해외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차세대 CAR-T 치료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신약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프랑스 생명공학사 ‘셀렉티스’는 유전자 가위로 면역세포의 면역 활동을 저해하고 과도한 염증을 일으키는 부분을 제거해 치료제의 치료 잠재력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타인의 면역세포로 치료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킴리아가 급성백혈병에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로만 치료제를 만들 수 있고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등 부작용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녹십자셀이 유전자 가위 특허를 확보한 툴젠과 손잡고 CAR-T의 기능을 향상하는 치료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전 세계 면역 항암제 시장이 350억 달러로 추산되면서 각종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CAR-T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라면서 “다만 부작용 문제가 계속되는 만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