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노조 눈치보느라 일자리 창출 막는 정부

김성수 사회부장

최저임금 1만원·양대지침 폐지…

文정부가 쏟아낸 '친노동 정책'

기업 옥좨 오히려 고용시장 위축

나무보단 숲 바라보는 정책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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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추석 연휴였지만 재계를 긴장시켰던 노동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연휴에 만났던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들은 노동계의 폭주를 염려하면서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에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성과연봉제 폐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제빵기사 직접 고용, 양대지침(일반해고 허용, 취업 규칙 변경요건 완화) 폐지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노동정책이 기업을 옥죄는 데다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교조·전공노 합법화, 희망퇴직·해고 제도 변경,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등도 예고된 터라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신호탄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노동계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일자리위원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결과는 뻔하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양대지침 폐지의 이유로 내세운 노사정위원회 정상 가동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듬해인 1999년에 ‘정부안만 강요한다’는 이유로 전격 탈퇴했다. 20년간 떠나 있던 민주노총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양대지침 폐지를 노사정위원회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한국노총도 정부가 건넨 떡을 냉큼 받아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대통령이 나오라’며 고개를 돌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노조에 더 이상 끌려가서는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여기에 친노동 정책에 앞장서는 고용부도 못마땅해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양대지침 타당성을 역설했던 주무 부처가 한순간에 자신의 논리를 뒤집다 보니 신뢰를 잃은 것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행보도 기업인들에게는 탐탁지 않다. 노동계 출신답게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주장하지만 기업인을 비롯해 구직자나 실업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부가 아닌 노동부 장관에 머물고 있다. 고용부의 한 축인 고용을 떼어낸 채 노동에만 올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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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이 중심을 잡아야 하겠지만 기대와 현실은 딴판이다. 대통령 공약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불과 수개월 전에 추진하던 정책을 한순간에 엎어버리고도 윗선 눈치만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는 공무원에게 ‘영혼이 없다’고 질타하는 것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의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고용부는 일자리 방해 정책만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윤곽을 드러낸 노동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고용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게 기업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 노조 눈치 보기가 지나치다는 결론이 나왔다.

노조는 노조대로 촛불 혁명의 주인공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노동계가 진보정권 창출에 공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촛불 청구서의 항목이 너무 지나치다. 대통령까지 노사정 대화에 나오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면 노사정위원회의 여정은 여전히 가시밭길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고용·노동의 현주소는 이미 언론에서 누차 언급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한국 노동시장 효율성을 137개국 가운데 73위로 평가하며 국가경쟁력을 깎아 먹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중소기업 가운데 해외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이 절반(49.1%)을 차지한 반면 국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4.7%에 불과하다는 설문 결과는 당연한 반응이다. 게다가 올 들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5%포인트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8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진퇴양난인 한국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나무보다 숲을 바라보는 노동·고용정책이 필요하다. 이르면 이번주 문 대통령이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자리를 내놓는 기업과 가게가 환영할 만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sskim@sedaily.com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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