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의 현안 사업이 새 정부 들어 줄줄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최근 강화된 환경규제가 주요인이고 여기에 인프라 예산 삭감이 겹치면서다. 새 정부와 ‘코드’가 어긋나는 이들 사업들의 장기간 표류 가능성도 우려된다. 지자체들의 실익은 계획들이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신뢰성을 추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먼저 전남 신안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최근 전남도가 건의한 내년도 예산 500억원 중 67%가 삭감된 167억원이 반영된 데 대해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르는가 하면 정부 부처간 ‘핑퐁게임’ 양상까지 보이면서 표류하고 있다. 공항건설을 위해서는 선행절차로 국립공원계획 변경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난해 11월 환경부 소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철새의 이동 경로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재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 국토부 서울항공청은 지난 7월 국립공원위원회에 보완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이번에는 또다시 항공기 조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재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즉 지난 2015년 12월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고시 이후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환경부 심의 일정에 가로막혀 2년 가까이 멈춰서 있는 셈이다. 고길호 신안군수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난 40여 년간 물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지난 2011년부터 경주 등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추진한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전문인력 확보 분야는 일부 성과를 내고 있으나 나머지 연구·실증기반 마련, 부품·소재산업 육성, 친환경 인프라 구축 분야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새 정부 들어 탈원전 기조로 바뀌면서 향후 사업추진이 더욱 불투명해짐에 따라 경북도는 안전과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전해체센터를 갖춘 원자력연구단지, 원자력기술표준원, 원전방사능 방재교육·훈련센터 유치 및 조성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대전시 도안호수공원 3블록에 들어설 예정인 아파트의 경우도 환경부에 제동이 걸려 연내 분양이 물건너 갔다. 대전시는 갑천지구친수구역(도안호수공원)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환경부 사업계획 보완사항을 최종 조치한 뒤 9월중 국토교통부에 실시계획 변경 승인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환경부가 보완 협의과정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연내 사업 착수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대전시가 당초 연내 분양하겠다고 밝힌 도안호수공원지구 3블럭 아파트 건설사업이 당장 타격을 받게 됐고 대전시의 연내분양 발표도 허언이 되고 말았다.
울산시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2001년 민간자본 개발방식으로 시작된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2013년 울산시와 울주군이 공공개발로 전환하면서 활로를 찾는 듯 했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정치권, 종교계의 반발과 함께 환경부의 반대로 여전히 사업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 마련을 위해 지난달 19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문화재청, 울산시,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기관이 회의를 열었지만 문화재청이 또다시 수위 조절안을 제시해 울산시와 맞서고 있다.
인천시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3번째 해상교량인 ‘인천 제3연륙교’ 건설사업도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연륙교 개통으로 통행량이 줄어들 경우 1·2연륙교(영종대교·인천대교)의 손실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예산이 대폭 줄어든 국토부는 3연륙교 건설은 인천시 사업이기 때문에 1·2연륙교의 손실 보전금은 당연히 인천시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천시는 국토부·LH가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