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상호 비자발급 중단...갈등 골 깊어지는 美·터키

美영사관 직원 체포로 다시 충돌

터키 리라화 가치 9개월래 최저

미국과 터키가 8일(현지시간) 상대국 국민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격 중단했다. 지난해 7월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문제를 놓고 시작된 양국 간 갈등이 지난 4일 이스탄불 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 체포사건을 계기로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앙카라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의 사건들로 미 정부는 미 외교기관과 직원의 안전에 대한 터키 정부의 약속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재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방문자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터키의 모든 미국 외교시설에서 비이민 비자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이 언급한 ‘최근의 사건들’은 터키 법원이 4일 미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터키인 직원 메틴 토푸즈를 구금한 것을 가리킨다. 토푸즈는 귈렌 추종조직과 연계돼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자 몇 시간 뒤 워싱턴 주재 터키대사관도 똑같이 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특히 터키 정부는 앞서 미 대사관의 성명 문구 중 주어만 미국에서 터키로 바꿔 미국을 의도적으로 비꼬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터키의 상호 비자 발급 중단 소식에 터키 리라화 가치는 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3.8533리라까지 떨어져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급락한 수치다. 로드리고 캐트릴 국립호주은행(NAB) 통화전략가는 CNBC에 “(터키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대응이 리라화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다”며 “터키는 현재 엄청난 경상수지적자를 안고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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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터키는 그동안 귈렌의 터키 송환 문제부터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쿠르드군 지원 문제 등까지를 둘러싸고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다.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군이 터키 내에서 분리독립을 꾀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됐다며 미국이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터키는 독일 국적 인권운동가 페터 슈토이트너에게 8일 징역 15년형을 구형해 가뜩이나 악화한 독일과의 관계도 갈수록 꼬이고 있다. 세미나 참석차 터키를 방문 중이었던 슈토이트너는 귈렌과 연계돼 있다는 혐의로 7월 터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독일 시민들이 터키에서 임의로 체포되는 문제에서 안전하지 않다”며 터키 정부에 대한 제재와 경고를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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