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진법 반도체를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실용화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된 박진홍(사진)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2진법 반도체에서 한 단계 발전한 3진법 반도체 소자와 회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초저전력 연구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올해 안식년을 맞아 지난 6월부터 석·박사학위를 받았던 미국 스탠퍼드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스탠퍼드대가 반도체 칩 제조사가 많은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어 현지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험으로 검증해 학술지에 발표하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나 앞으로는 검증된 아이디어를 제품에 활용하는 연구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그는 “반도체 소자·회로의 초저전력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3진법·4진법 같은 새로운 수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소자·회로를 개발하게 됐다”며 “인간의 뇌신경 세포를 모방한 소자·회로를 구현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시스템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탁월한 연구성과를 낸 비결을 묻자 박 교수는 공을 동료 학자·연구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연구원들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100% 정확한 용어와 이론으로 표현하자’고 강조해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방법을 진행하기 전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아이디어나 진행방법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한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며 완성도 높은 연구를 수행한 원동력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박 교수는 롤모델로 박사과정에서 그를 지도했던 크리시나 사라스왓 스탠퍼드대 교수를 꼽았다. 연구과정에서 제자들이 실수하고 방향을 잘못 잡아 진행이 더뎌도 스스로 해결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는 교육철학을 높이 평가해서다. 무엇보다 교육자로서도 뛰어나지만 세계적 학술지에 연구성과를 꾸준히 발표하는 등 연구자로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점도 닮고 싶어했다. 박 교수는 “뛰어난 학자를 길러내고 성급하게 연구성과를 내려 하는 대신 완성도를 중시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후학들을 위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성급하게 선행학습을 통해 피상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식을 100% 자기 것으로 이해하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깨우치면 미래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광본선임기자
◇박진홍 교수 약력
△2004년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학사 △2006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석사 △2009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박사 △2009~2010년 IBM T J 왓슨리서치센터 박사후과정 △2010~2011년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 △2011~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