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기식 전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경우회가 국책은행(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의 고철매각 사업을 통해 8년간 246억원을 챙겼다”며 이른바 통행세 의혹을 제기했다. 경우회가 100% 지분을 가진 경안흥업을 내세워 대우조선해양 고철매각 사업권을 수의 계약으로 따내 고철납품 대행사인 인홍상사에 재위탁하는 방법으로 통행세를 누려왔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김 전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우조선해양 고철 매각 규모’ 자료에 따르면 경우회는 2006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대우조선해양 고철 총 매각물량(76만8,521톤)의 77%에 해당하는 58만9,666톤을 처리했다. 이 기간 인홍상사에 지불한 운송비를 제외하고 246억원가량을 경우회가 수입으로 얻었다는 게 김 전 의원의 주장이다. 대우조선해양·경우회 사이의 고철 거래는 김 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이듬해인 2015년 중단됐다.
검찰은 양측의 거래 방식이 현대제철과 경우회의 고철 납품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철을 매개로 한 거래인데다 대우조선해양은 타 기업에 재위탁을, 현대제철은 고철 납품을 맡은 협력회사 A사가 각각 경안흥업과 화물관리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맺는 등 불필요한 과정이 추가돼 통행세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제철이 경우회에 고철을 납품한 건 2014년 1월부터로 ‘현대제철→협력회사 A사→경안흥업’을 거쳤다. 검찰은 수십억원대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현대차그룹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이 전 실장이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경우회를 친정부 시위 등에 동원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압수 수색 등 수사를 시작한 단계로 수사 확대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앞으로 대우조선해양과 경우회 사이 고철 거래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을 압박해 현대제철이 일감을 몰아주는 대신 경우회를 관제 데모에 동원한 정황이 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과 경우회 간 거래도 들여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강만수 산업은행장 재직 시절 경우회와 고철 계약을 종료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무산됐다”며 “그만큼 그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