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2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사고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을 사후에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도 발견됐다.
이날 오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며 “어제는 안보실 공유 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자료들은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통합적인 국가재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임 실장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 4월 16일 박 전 대통령이 사고 첫 보고를 받은 시간대가 변경됐다. 임 실장은 “지난 정부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에 세월호 관련 최초 보고를 받고 10시 15분에 사고 수습 관련 첫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실장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을 거론하며 “이번에 발견된 보고서를 보면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사고 관련 최초 상황보고서를 오전 9시 30분에 보고한 것으로 돼있다”고 덧붙였다. 보고 및 전파자 대상자는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 등이었다.
임 실장은 “문제는 2014년 10월 23일에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 시점을 수정해 보고서를 다시 작성한 것”이라며 “사고 6개월 뒤에 작성된 수정 보고서에는 최초 상황 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로 변경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점이 30분 늦춰진 이유로 임 실장은 보고 시점과 대통령 첫 지시 사이 시간 차이를 줄이려는 의도를 들었다. 임 실장은 “당시 1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도 불법 변경된 정황이 발견됐다. 임 실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시행 중이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의 종합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고 돼 있는데, 2014년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 지시로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위기관리와 국정 수행을 보좌하고, 국가 차원의 위기 관련 정보를 분석·평가·기획 및 수행체계 구축 등 위기관리 종합관리 기능을 수행하고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한다’고 된 내용이 사라졌다. 삭제된 자리에는 필사로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보장한다’고 고쳐졌다.
임 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은 대통령 훈령 등 규정에 따라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요청하는 절차, 법제처장이 심의필증을 첨부해 대통령 재가를 받는 절차, 다시 법제처장이 훈령 안에 관련 번호를 부여하는 등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청와대는 수정된 지침을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 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불법 변경이 세월호 참사 직후 2014년 6월과 7월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재난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니고 안행부’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에 맞추기 위해 사후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봤다.
임 실장은 “청와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 사례라고 봐서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수사 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