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강자 GS건설이 강남의 주요 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실패하면서 올해 주택사업 수주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신4주구 등 올해 시공사 선정이 남은 재건축단지 시공사 선정전에도 출사표를 낸 상태지만 수주 영업 상황이 녹록지 않아 추가 수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GS건설에 따르면 올해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는 총 4개 단지 1조2,882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인 2조3,973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강남권 수주는 방배 13구역 1곳에 그쳤으며 그 외 서울에서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공덕 1구역을 수주한 게 전부다.
지난 9월 GS건설이 그동안 총력을 기울였던 2조6,000억원짜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수주전에서 뒤늦게 뛰어든 현대건설에 큰 격차로 밀리면서 주택사업 수주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11일 치러진 공사비 약 4,600억원 규모의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뒤지는 롯데건설에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GS건설은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2015~2016년 10조원이 넘는 수주액을 달성하며 다른 건설사를 크게 압도했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은 수주액을 올렸던 대림산업은 6조3,334억원으로 GS건설에 비하면 4조원 이상 뒤처졌다. 그 외 현대산업개발(3조5,423억원)과 롯데건설(3조3,482억원), 포스코건설(2조408억원), 현대건설(1조6,739억원) 등도 바라보기 힘들 실적을 올렸던 GS건설이다.
올해 GS건설이 강남 재건축 대어를 잇따라 놓친 데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주택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월등히 뛰어나지만 상대 건설사들이 무상 이사비 제공,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대납 등 금전상의 이익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것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잠실의 경우 롯데건설이 롯데캐슬보다 상위의 시그니엘 브랜드를 내세우며 열세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실 강남 지역에서 자이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고 롯데캐슬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롯데월드타워 등에서 선보인 시그니엘 브랜드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GS건설 측은 혼탁한 재건축 시장에서 아파트 상품성을 중심으로 수주 영업을 벌인 것을 주요 패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GS건설은 건설사의 조합원 매수행위에 대한 포상신고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단속이 부족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대 건설사가 제시한 무상 이사비 등을 결과적으로 무산시킨 점이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원하는 조합원들 사이의 여론을 악화시키면서 GS건설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향후 수주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GS건설은 오는 15일 한신4주구 시공사 선정에서도 롯데건설과 맞붙을 예정이지만 롯데건설이 잠실 수주의 여세를 몰아 이 단지에서도 공격적인 수주 영업을 펼치고 있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이외에 올해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는 재건축·재개발 주요단지는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노량진 7구역, 수색 13구역 등이지만 GS건설의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품질과 설계의 우수성 등을 토대로 한신4주구 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