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3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직접 방문해 노조에 임금삭감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 협상에 나선다. 이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가 정상화되려면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노조의 임금삭감 수용 등의 전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쳤다.
금호타이어 정상화는 현 정부 들어 사실상 첫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이 회장이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내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을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강성으로 유명한 금호타이어 노조가 임금삭감 등 조합원이 반발할 게 뻔한 방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12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13일 금호타이어 노조와 첫 상견례를 갖고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첫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금호타이어 노조와 직접 만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긴 행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대한 ‘빅 플랜’만 나와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노조와 만나 세부적인 내용을 협상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이 회장과 노조의 협상 결과가 금호타이어 조기 정상화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임금삭감, 일자리 감축 등 고통분담에 나설 경우 회사 정상화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정상화 궤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우선 임금삭감 등 고정비용 감축을 통한 체질 개선이 선행된 후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과 중국 여신 상환 등의 순서대로 가야 하는데 산은과 노조가 대승적 합의에 성공하면 이 같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강성으로 알려진 금호타이어 노조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내는 물론 중국 채권단을 설득하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강경한 태도다. 노조는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채권은행 책임자와 경영자를 인사 조치하는 한편 중국 공장을 매각하고 ‘정상화 협의체’를 구성해 여기에 노조를 참여시키는 방안 등을 산은에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노조가 경영 전반에 참여하겠다는 주장인데 회사 측이나 채권단이 쉽게 수용할 수 없다.
더구나 노조는 인원 감축은 물론 임금삭감 등 어떤 형태의 고통분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금호타이어 정상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구조조정은 향후 전개될 한계기업 정리 과정에서 일종의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산은이 노조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사실상 기업 구조조정이 ‘올스톱’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강도원기자 squiz@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