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음식배달 틈새를 공략한 O2O서비스 新 개척자,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

자체 브랜드 넘어 홈다이닝 기업으로 진화한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배달’이다. O2O서비스의 대중화와 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음식 배달이기 때문이다. ‘배달하지 않는 음식을 배달한다’는 모티브에서 출발한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 역시 O2O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 낸 푸드플라이의 임은선 대표를 만나 창업부터 현재와 미래의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패스트파이브 선릉에서 만난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 패스트파이브 선릉에서 만난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자는 아주 가끔 주량을 넘는 과음을 할 때가 있다. 마실 땐 기분이 좋지만, 다음날 아침에 다가올 고통은 언제나 두렵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도 메스꺼운 속을 달랠 길이 없다. 숙취에는 역시 ‘잠’이 보약이라며 점심 무렵까지 잠을 청한다. 그리고 일어나면 조금은 살만하다. 그러다 보면 허기가 밀려든다. 그럴 때 마다 기자는 죽을 찾는다. 속을 다스리는 데는 죽 만한 음식도 없다. 그런데 죽을 사러 나갈 힘조차 없다. 배달 주문을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즐겨먹는 죽 가게의 이름을 배달 가능 리스트에서 찾을 수 없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대다수 동네 죽 가게는 자체적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선다. 살기 위해선 죽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죽 가게까지 억지로 기자를 이끈다.

기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이 꽤 많으리라 여겨진다(물론 숙취 때문에 죽을 찾는 경우에만 국한하는 일은 아니다). 배달을 하지 않는 식당 음식이 갑자기 땡기는 경우, 혹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지만 상황 상 식당을 방문하기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경우 과거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가족·지인의 ‘퇴근길 부탁’, 혹은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하지만 배달 문화를 바꿔놓은 새로운 O2O서비스가 그 해결책을 내놓았다. ‘배달하지 않는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유명한 노포의 찌개 등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식당들의 음식을 원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다.

스타트업 ‘플라이앤컴퍼니’가 서비스하는 ‘푸드플라이’는 이 같은 ‘배달 대행 서비스’의 원조격이다. 지난 2012년 3월 배달 수요가 많은 강남·서초 지역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푸드플라이’는 이제 서울 전지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진행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임은선 푸드플라이 대표는 말한다. “현재 서울 16개구에 약 1,7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맹점 개수만큼 이나 메뉴 카테고리도 매우 다양하죠. 일반 음식점 메뉴 뿐 아니라 노량진·가락동 수산시장에서 파는 신선한 제철 회, 유명 프랜차이즈의 디저트와 케이크, 베트남 쌀국수, 태국 팟타이 같은 다양한 음식을 고객들에게 배달하고 있습니다. 누적 가입자 수도 서비스 5년 만에 30만 명을 돌파했죠. 저는 무엇보다 지난 5년 간 푸드플라이가 ‘춘추전국시대’인 음식배달 O2O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나름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바라보며) 그렇지 않나요?(웃음)”

임은선 대표는 꽤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우선 그는 수재다. 과학 영재들만 갈 수 있다는 포항공대 전자과를 졸업했다. 상당수 졸업생들은 전공을 살려 학자의 길을 걷거나, 굴지의 IT 업체 혹은 전자기업으로 취직을 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조금 달랐다. 전공과는 무관한 ‘컨설팅’ 회사에 지원서를 냈다. 사실 그의 선택은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였다. 임 대표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남들이 가는 평범한 길을 나도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왔다. 그래서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틈틈히 경영 관련 동아리, 인턴 및 공모전 활동 등에 적극 참여했다.

그리고 미래는 역시 예상을 빗나갔다. 전공과는 무관한 컨설팅 업계를 선택한 임 대표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전략’ 담당 컨설턴트로 근무를 시작했다. 임은선 대표는 2년 여간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에 대한 열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누군가를 위해 진행한 컨설팅이 실제 업무에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고, 또 결과는 어땠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만약 내가 나를 위해 컨설팅을 한다면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도 생겼죠. 그 결과 창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영역을 컨설팅해보고, 거기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보고 싶었거든요.”


창업을 결심한 임은선 대표는 우선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창업 준비에 들어간 2010년 무렵만 해도 스마트폰 생태계가 막 태동한 시점이었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 혹은 모바일로 끌어들이는 ‘O2O서비스’의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이었다. 임 대표는 음식 배달시장에 주목했다. 엄청난 규모의 오프라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온라인과의 접점은 여전히 부족했던 영역이 바로 음식 배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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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내 O2O시장에는 ‘모바일 배달 음식 주문’을 비즈니스 모델로 한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이 서비스되고 있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은 엄밀히 말해 ‘주문 서비스’였다. 전화로만 배달 음식을 주문해야 했던 시스템을 모바일로 끌어온 것이었다. 임 대표는 배달의 민족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임 대표는 말한다. “배달의 민족에 속해 있는 음식점은 이미 자체적인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주문 접수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배달의 민족의 사업 방향이었죠.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이유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수많은 음식점이 있습니다. 그런 곳들의 음식을 먹기 위해선 무조건 가게를 방문해야 하죠. 그래서 저는 양 측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배달되지 않는 가게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말이죠. 이것이 바로 푸드플라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습니다.”

아이템을 정한 임은선 대표는 망설임없이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공학도인 그에게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정 기간 베타서비스를 거친 뒤 임 대표는 2012년 푸드플라이를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술술 풀렸던 건 아니었다. 푸드플라이 서비스의 초기 안착을 위해선 가능한 많은 음식점과 계약을 맺어야 했다. 서비스 초기 임 대표는 매일매일 발품을 팔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식당을 찾아나녔다. 푸드플라이 서비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계약을 맺자고 제안을 했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낯선 서비스에 마음을 열지 않는 가게도 더러 있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곳도 많았지만, 잡상인 취급을 하며 내쫓는 가게도 상당수였다. 그럼에도 임은선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집념을 갖고 푸드플라이 서비스의 장점을 설득해나갔다.

임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푸드플라이가 기존 배달 음식 주문 서비스와 다르다는 측면에서 업주들에게 접근했습니다. 배달을 하면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된다는 걸 열심히 강조했죠. 배달과 주문은 푸드플라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식당은 그저 음식만 잘 만들어 주면 된다고 설득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가게 점주들께서 저희의 제안을 받아주셨어요. 가게 입장에서 손해 볼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강남구 일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푸드플라이는 이후 강남, 서초, 송파 등지로 배달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달업무를 담당하는 ‘라이더’의 확충이 필요했다. 사업 초창기에는 임 대표를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직접 배달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오토바이 면허증이 없었던 임 대표는 가까운 곳은 도보로, 먼 곳은 지하철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배달을 했다. 직접 배달을 해본 그였기에 배달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후 임 대표는 라이더에 대한 교육과 안전을 직접 챙기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임은선 대표는 말한다. “저희 소속 라이더들은 성과급 체계로 임금을 받습니다. 배달을 많이 할수록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죠. 그러나 너무 많은 배달을 하다 보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헬멧을 포함해 안전 용품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안전과 관련된 교육도 진행하고 있고요. 신입 라이더의 경우엔 한 번에 한 건의 배달만 처리 하는 규정도 만들었습니다. 배달 업무에 익숙치 않은 신입 라이더들이 무턱대고 한번에 많은 배달을 하다 보면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거든요. 저희가 자체 개발한 일종의 ‘배달 알고리즘’은 라이더들의 위치와 동선, 식당 위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주문 건만 노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 기술의 삼박자를 통해 라이더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최근 푸드플라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단순히 기존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넘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일종의 ‘PB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셰플리’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100% 배달만 하는 레스토랑이다. 셰플리를 직접 방문해도 앉아서 먹을 공간아 아예 없다. 셰플리는 푸드플라이에겐 매우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그동안 출시된 배달 앱 서비스 중 자사 서비스 이름을 딴 음식 브랜드를 선보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임은선 대표는 “10조원 대로 성장한 배달 음식 시장에서 적어도 이런 서비스 하나쯤은 있어도 된다”는 믿음으로 셰플리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믿음은 이내 폭발적인 반응으로 귀결됐다. 매달 40%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셰플리가 출시 한 달 만에 모든 가맹점을 제치고 주문 건수 1위에 오른 것이다. 서비스 론칭 후 1년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주문 상위권 가맹점보다 4~5배 이상 많은 주문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는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말이 있다. 3~5년을 못 넘기고 사라지는 스타트업이 많기 때문에 죽음의 계곡이란 용어가 생겼다. 반면 창업 후 3~5년을 생존한 스타트업은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창업 5년차에 접어든 푸드플라이는 데스밸리를 넘어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임은선 대표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사업 전략 준비에 돌입한 임 대표에게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우선 푸드플라이의 서비스 영역을 서울 전 지역, 나아가 수도권 일부까지 확장하려고 합니다. 셰플리를 통해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주목받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고요. 궁극적으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의 맛과 분위기를 집에서도 느낄 수 있는 ‘홈다이닝’ 서비스로 나갈까 합니다. 배달 음식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저희 푸드플라이에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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