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서 SRI(사회책임투자)펀드를 위탁받은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평가를 위해 필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에 대한 수수료를 과도하게 깎아 갑질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일표(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ESG 리서치 기관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2013-2016년) 리서치 기관의 고객사인 자산운용사의 책임투자 펀드 규모는 2013년 말 2조 5,588만 원에서 지난해 말 2조 7,090억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수수료는 17억 3,000만 원에서 7억 6,500만 원으로 오히려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사회책임투자 수탁을 받은 자산운용사는 ESG 리서치 기관으로부터 ESG 분석 정보를 받아 종목을 선정한다. 이때 운용사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운용 수수료를 지급받는데, 여타 다른 펀드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ESG 분석에 필요한 비용까지 책정해 주기 때문이다.
펀드 규모와 달리 수수료가 줄어든 것은 운용사의 수수료 후려치기 탓이라는 게 홍 의원의 지적이다. 일례로 A자산운용사는 자신들이 운용하는 국민연금 SRI펀드 규모가 1조 가까이 늘면서 ESG리서치 기관에 지급해야 될 수수료가 6억원 늘어나자, “수수료가 너무 크다는 본사의 요구가 있다”며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자사 데이터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그 해 수수료는 절반인 3억 원으로 줄었고, 그 다음해부터는 연 1억5,000만원으로 금액을 또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B사의 경우 ESG기관으로부터 서비스를 이용하다 계약을 해지하고, B사를 담당하던 ESG기관 직원을 바로 채용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우리 금융당국이 수탁받은 자산운용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그동안 제대로 안했기 때문에 특별한 제재 없이 이런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