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네트웍스(000680)가 최근 출시한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라인은 그래서 해당 세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제품은 1981년 당시 출시됐던 제품의 로고와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했다. 심지어 신발 포장 박스까지 동일하게 제작해 타임머신을 타고 온 제품처럼 부활시켰다.
2000년대 이후 사춘기를 보낸 10~20대에게는 ‘고경표 운동화’로 더 유명하다. 드라마 ‘최강 배달꾼’에 간접광고(PPL)를 넣었는데 한 달 만에 하루 판매량이 200% 더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젊은 세대에게는 36년 전 디자인이 신선하게 느껴진 셈이다.
기자는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가운데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T라인(사진)’ 제품을 착용해봤다. 착화감은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엄청난 첨단 기술·소재가 들어간 것도 아니요, 운동화 밑창이 최신 기능성 제품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클래식한 디자인이 요즘 사람들에게 다소 투박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포인트는 다른 데 있었다.
첫 번째는 1980년대 유행한 테니스화답게 살짝 들린 운동화의 앞 코였다. 기자가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난생 처음 선물 받은 브랜드 운동화도 이와 똑같이 앞 코가 올라간 테니스화였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친구가 반에서 몇 명 없을 때라 학기 초부터 친구들이 우르르 구경 왔던 기억이 났다.
두 번째는 제품 옆 라인에 큼지막하게 박힌 검정 로고였다. 이미 제품을 꺼내기도 전에 박스에 새겨진 하키채 모양의 로고만으로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농구가 붐이었던 중학교 시절 해당 로고가 들어간 농구화를 신고 각종 대회를 누볐던 기억이 밀려왔다. 그때만 해도 프로스펙스는 거의 유일한 토종 스포츠 브랜드로서 나이키·아디다스·리복 등 외산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였다.
프로스펙스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였다. 저가 브랜드처럼 인식되면서 하키채 모양의 로고는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자존감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로고는 지난 2007년 LS그룹으로 인수되면서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했다.
기자 역시 시대에 편승해 옛 로고를 외면했던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로고가 다시 멋있다고 느껴졌다. 사람 마음이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도 기자 세대 가운데는 프로스펙스 로고가 다시 옛 하키채 모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을 정도다.
물론 오리지널 T라인이 단순히 추억만 자극하는 제품이었다면 이를 경험하지 못한 10~20대에게까지 각광 받지 못했을 것이다. 기자가 오리지널 T라인을 재회하면서 느낀 진짜 강점은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릴 법한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새하얀 가죽 몸체에 큼직한 로고에만 색이 꽉 차 있어 청바지 등과 잘 어울리면서도 밋밋하지도 않아 ‘기본 아이템’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프로스펙스의 오리지널 라인은 내년부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파일럿 제품으로 소개된 것들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어 내년부터는 진정한 복고풍 트렌드의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