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모든 책임은 제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기업인과 공직자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에서 발언을 피해온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보복’ ‘고통’ 등의 단어를 쏟아낸 것은 재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보수세력의 결집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 7명은 이날 사임계를 제출하며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시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돼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부를 향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발언을 마친 뒤 유 변호사는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변호인들은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모두 사임하기로 했다”며 사임계를 제출했다. /권경원·이종혁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