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해인사 원당암의 15세기 목조 아미타삼존불상에서 고려 후기에 찍은 불경 29책이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8월 개금불사(불상에 금칠을 다시 하는 과정)를 위해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의 복장(불상 등을 만들 때, 안에 넣는 책 등의 물품)을 확인하던 중 본존인 아미타불좌상에서 1694년 해인사 승려 숭열, 종안 등이 상을 중수했다는 중수발원문, 은제후령통(복장 유물을 넣는 통)과 함께 고려 우왕 1년(1375년)에 인출(목판 등에서 서적을 찍어냄)한 서적 ‘성불수구대다라니’, 고려 후기에 고려대장경으로 찍은 ‘대방광불화엄경’ 28책이 복장전적으로 발견됐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수진본(소매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책)인 ‘성불수구대다라니’는 국내에 전존본이 확인되지 않은 유일본이며, 권수의 삼신불을 비롯한 변상도가 특이하고 간행 기록이 분명해 불교회화사 및 사상사에 매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용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문화재팀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발견된 ‘성불수구대다라니’에 대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발견되지 않았던 경전”이라며 “성불수구대다라니와 비슷하게 여러 진언을 묶은 유사한 책들이 조선 후기 제진언집 등으로 간행되는데 그 책들 중 원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이어 “화엄경 역시 고려대장경이 고려 시대 인출된 사례가 드문데, 이번에 확인된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본존불상의 협시보살인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을 X-Ray로 촬영한 결과 보살상 내부에는 본존불상에 복장된 것과 동일한 후령통과 낱장의 경전이나 다라니로 추정되는 종이 뭉치. 경전 사이에 6행 17자로 구성된 절첩본(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책) 사경(손으로 직접 옮긴 경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은 목조아미타불좌상과 달리 지금까지 한 차례도 복장을 개봉한 적이 없다. 이 팀장은 “이번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의 경우 X-Ray로도 6행 17자라는 사경의 특징을 통해 그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최근 불상에 복장된 경전 등을 계속해서 개봉하고 있는데 반해 이번 두 협시보살은 불상 자체의 보존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복장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문화재청에 원당암 삼존불과 전적의 국가문화재지정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