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 기준금리 1.25% 동결했지만…금리 인상 신호 강해졌다

10월 금통위, 기준금리 16개월째 동결

이일형 위원'인상' 소수의견…1년반만

이주열 "금리인상 여건 성숙하고 있다"

가계부채대책 이후 인상 타이밍 모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권욱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권욱기자


한국은행이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6개월째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6월부터 보내온 금리 인상 신호는 한층 강해졌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 소수의견이 1년 반 만에 등장한데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로 올해에만 3번 연속 상향조정됐다. 한은이 금리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경기 상황의 뚜렷한 개선세’가 무르익고 있다고 판단이다.

한은은 정부가 이달 내놓을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가계빚 증가세와 내수 경기에 미칠 영향을 지켜본 뒤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 리스크가 다시 심각한 수준으로 불거지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 인상도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내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경제성장률 2.9%, 소비자물가상승률 1.8%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보면 금융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해가고 있다”며 한 층 강해진 금리 인상 의지를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 카드를 공식화 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비투자가 7~8월 중 주춤했지만 9월 들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소비도 완만하게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북한 리스크,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성장세와 금리 인상 경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인식이 드러났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4월 하성근 위원이 단독으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7명의 위원이 합의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는 것은 통상 기준금리 변경 신호로 여겨진다. 지난해에도 4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이후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이 총재는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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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리 인상 신호가 한층 강해진 가운데서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동결한 데에는 정부가 이달 하순 내놓을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효과를 살펴본 후에 금리 인상 시점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8·2 부동산대책에 이어 조만간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므로 그 효과를 좀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8월 금통위에서도 한 위원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대응은 일차적으로는 미시정책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가계대출은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과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영향으로 점차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을 당장 쓰기보단 여신심사 강화, 취약차주 지원 등 정부의 미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1,4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빚 부담은 한은의 큰 딜레마다. 한은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저금리 상태가 유지되면서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균형이 과도하게 커졌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면서도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금리 상승세를 북돋을 경우 취약계층의 빚부담이 커지고 가계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은의 긴축 기조가 한층 선명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1·4분기로 보는 의견이 유력하다. 이슬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연내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대한 흐름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 올해보다는 내년 1·4분기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봤다.

다만 이날 ‘매파’ 신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정대로 12월 금리를 또 한 번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와 금리 역전이 발생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에서다.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기회가 한 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11월 30일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금통위를 앞두고 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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