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검 형사부 소속 모 검사는 불법 사이버 도박과 관련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디지털 수사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검찰청이 국내 한 대기업 본사와 지방 공장에 검사와 수사관 150명을 파견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일선 지검에 지원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 증거자료인 컴퓨터와 휴대폰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했지만 담당 검사는 기약 없이 디지털 수사관 지원을 기다려야만 했다.
검찰이 늘어나는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팀을 전국 검찰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서울북부지방검찰청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에 디지털포렌식팀을 연내에 신설하기로 했다. 또 신설 팀의 현장 압수수색과 증거분석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용 노트북 등 디지털 수사장비 구매에 대한 긴급 입찰공고를 냈다.
디지털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디지털포렌식 수사는 최근 압수수색과 디지털 증거가 늘어나면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에서 디지털포렌식 지원에 나선 압수수색 건수는 지난 2012년 1,233건에서 2014년 1,441건, 2015년 1,949건, 지난해에는 2,155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검찰에 들어온 디지털포렌식 증거분석 요청 역시 2012년 4,698건에서 2016년 1만1,017건으로 4년 만에 135% 증가했다.
하지만 디지털포렌식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담 팀과 인력이 부족해 일선에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디지털포렌식팀은 대검찰청과 5개 고등검찰청에 설치돼 있다. 지방검찰청 및 지청 59곳 가운데 디지털포렌식팀을 갖춘 곳은 11개 청에 불과하다. 담당 수사지원 인력은 지난달 현재 77명뿐이다.
전담팀이 없는 지청은 대검이나 고검 등에서 지원받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사건이나 수사가 몰릴 때는 디지털 수사인력을 신속히 지원받기가 어려워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잦다.
이에 대검은 디지털포렌식팀 신설 및 인력 수급을 위한 구축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올해 서울북부지검과 춘천지검을 시작으로 디지털포렌식 전담 팀 신설을 단계적으로 전국청으로 확대하고 디지털 수사 전문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수사 패러다임 전환과 디지털 시대 가속화에 따라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디지털포렌식팀 신설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