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에서 출판된 ‘마이크로 트렌드’의 저자 마크 펜은 여성들이 언론·법조계·마케팅·홍보(PR) 분야를 점령할 시기가 왔다고 내다봤는데 이 분야의 공통점은 고도의 대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도 이미 친숙한 현상으로서 전국 로스쿨의 2017학년도 입학생 중 여성이 45%로 늘었고 초중고 여교사의 비율은 전체 약 67%에 달한다. 마케팅·PR 등의 직종 역시 여성의 역량이 특히 잘 발휘되는 분야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절대 필요한 또 하나의 직무 분야가 바로 관광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과의 대화 중에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관광객들이 접점 서비스 품질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여성들의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남성보다 뛰어나다는 데는 일반적 차원에서 이견이 없을 것이다.
관광의 질적 수준을 평가할 때 종사자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특히 중요한 요소인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접점 종사자들을 자신들의 관광을 돕는다거나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의 전문성, 접객 태도나 행동, 서비스 및 지식 수준은 관광객들에게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간주된다. 아무리 길을 잘 닦아놓고 풍경이 좋고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라도 관광 종사자들의 서비스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해당 관광지의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관광 분야는 특히 인적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산업의 품질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중국의 금한령과 북핵 위기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관광산업이 어려운 지금을 오히려 관광산업의 질적 발전을 위한 내부 점검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높다. 점검 제1순위는 역시 종사자들의 서비스 수준이다. ‘커뮤니케이션’ ‘공감’ ‘디테일’ 등은 흔히 여성의 장점으로 여겨지는데 모두 관광 서비스 종사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관광산업 종사자의 성비를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학부 과정에서 사회과학 계열 중 가장 여학생의 비율이 높은 전공 역시 관광학이다. 그동안 우리 관광시장의 양적 성장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많은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됐지만 아직도 관광업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는 열악하다. 서비스 산업으로서 갖는 섬세한 특성을 고려할 때 관광이야말로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고민한다면 관광업계에 양질의 여성 인력이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여성 종사자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데 장애요소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관광 관련 주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여성이 간부급·임원급으로 승진하며 ‘유리천장’을 걷어내는 사례가 하나둘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흐름이 관광업계 전반에 확대돼 젊은 여성들이 많이 모이고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성공을 꿈꿀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관광산업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