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 연방의회 의원을 뽑는 총선거를 치른 독일에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소수 야당인 자유민주당, 녹색당은 19일 ‘자메이카 연정’을 위한 첫 협상을 벌였다.
‘자메이카’는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기민·기사)과 초록(녹색), 노랑(자민)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비유한 것이다
이번 연정은 각 당별 정책 차이가 워낙 커 많은 난관이 예고된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노선의 자유민주당과 진보 노선의 녹색당 간에 간극이 넓다. 연말까지 협상이 극심한 진통을 겪으며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민당 사무총장인 니콜라 비어는 첫 회담 후 “독일과 자메이카는 8,500㎞ 떨어져 있다. 오늘 첫 여정이 몇 미터 순조롭게 나아갔다”고 말했다.
가장 큰 정책 차이는 난민 문제다. 연립 여당인 기민당과 기사당부터 난민 문제를 놓고 의견이 맞지 않아 난민 수용 인원을 연간 20만 명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기민·기사 연합의 이런 입장은 자민당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자민당은 분쟁 지역의 상황이 호전되면 난민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협상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녹색당은 난민 수용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어서 대치가 불가피하다.
세제 문제도 입장차가 확연하다. 자민당은 예 동독지역 재건을 위해 통일 후 징수하기 시작한 통일연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사당은 2020년부터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녹색당은 통일연대세를 통해 연간 200억 유로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녹색당은 의료와 교육, 주거, 디지털 분야를 재원이 투입돼야 할 주요 분야로 꼽았다.
소득세 문제를 놓고서도 자민당은 300억 유로(40조2천200억 원)의 감세를 원하지만, 녹색당은 고소득층의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녹색당은 상속세 강화와 부유세 도입을 요구하지만 기민·기사 연합과 자민당은 부정적이다.
정책적 이견 외에 약화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협상에 악영향을 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의 빛바랜 승리 이후 지난 주말 니더작센주(州) 선거에서마저 패하면서 메르켈 리더십이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