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필수요건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강조하며 이를 실천할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주문했다. 단순히 윤리적이고 당위적인 선언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점이 다른 기업들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3위의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추구를 생존 전략으로 내놓은 만큼 국내 대기업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아 보인다.
최 회장은 20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7 SK CEO 세미나’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은 사회적 기업은 물론 영리기업의 존재 이유로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SK그룹의 사업구조 혁신과 그룹 내·외부의 쇄신안을 중심으로 진행된 지난해 CEO 세미나와 달리 올해는 ‘함께하는 성장, 뉴 SK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공유 인프라 구축 및 사회적 가치 제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로 대표되는 그룹의 성장동력 마련과 혁신의 성과가 어느 정도 결실을 보는 상황에서 이제는 그룹 밖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6월 열린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에서 최 회장이 처음 언급한 ‘공유 인프라’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어느 정도 개념이 정립되고 CEO들의 공감도 얻게 됐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그룹이 가진 유무형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비즈니스전략을 추진하면 미래변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 같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리더는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틀 동안 열린 공유 인프라 구축 실행력 제고와 관련한 토론 세션에서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 14개 계열사 CEO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토론을 통해 각 CEO는 △외부 공유를 통한 협력적 생태계 조성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통한 사업확대 △자산효율화 등 3가지 관점에서 공유인프라 구축의 세부 방법론을 공유했고 다양한 실천 방안도 내놓았다.
특히 최 회장은 그간 ‘공유’에만 무게가 실린 ‘공유 인프라’에 대해 공유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성장 전략’으로 연결해야 의미가 있다”고 의도를 명확히 했다. 단순히 그룹 자산을 외부와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공유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SK 계열사가 외부 협력사와 공유하기 위해 내놓은 기술은 그것으로 그치지 말고 기술을 공유한 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식으로까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나 기회가 생기면 기술을 공유한 업체들과 함께 추진해나갈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유한 기술이 공유할 가치가 있는지 선별하는 등 자산 효율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SK그룹 관계자는 “실제 CEO들은 공유 인프라 활용 대상에 연구개발(R&D)은 물론 기업의 운영 유지 노하우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며 “전혀 다른 업종과의 협업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거나 각종 데이터를 개방해 시너지를 내는 사례도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가치 제고와 관련된 토론은 세미나 마지막 날 최광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의 발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CEO들은 기업의 경제적 가치만큼 사회적 가치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공유인프라 구축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혁신 인재를 양성하는 등 종전 CSR 차원의 노력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항수 SK그룹 전무는 “공유인프라를 활용한 작은 성공모델이라도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 모든 관계사가 실천력 제고에 한층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