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내년 1월 개항할 제2여객터미널 환승 구역에 성형외과 병원을 만들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려고 했지만 의사단체 반발에 부딪혀 현실화가 어려워 보인다. 의료 공공성 가치, 외국인 환자 안전, 인천공항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인이 처음 발 디디는 공항에 이윤 추구를 위한 무리한 병원 설치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더불어민주당·충남 아산시)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인천공항은 제2터미널 면세구역 서편에 240㎡ 규모로 성형외과 병원을 설치할 계획이다. 공항 환승 구역 내 성형외과 설치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아시아 허브 공항 도약을 위해 소개된 아이디어였다. 아직 공항에 성형외과를 설치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36만 4,000여 명으로 전년보다 22.7% 급증했다. 환자 가운데 4만 8,000여 명(11.3%)은 성형외과 진료를 받았다. 특히 중국과 일본 방문객이 주로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은 별도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는 환승 구역 안에서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떠올렸다. 항공편을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 수술이나 시술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인천공항은 공항 내 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최대한 모으려는 당시 박근혜 정부 보건 정책에 부합하는 동시에 환승객 수도 늘릴 수 있어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는 제안이라 주장했다.
문제는 의사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인천공항에 보낸 공문에서 “시술 후 문제가 생겨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며 “성급한 시술이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시초가 된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또한 “간단한 쌍꺼풀 시술 후 봉합을 해도 기압 차이 때문에 기내에서 봉합이 풀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비행에 따른 피로와 면역 기능 저하로 감염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술 직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출국해버리면 수술 후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공항 환승객 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의료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역시 “환승객은 다음 비행시간에 쫓겨 의료 서비스를 받을 우려가 있고 환자 만족도가 떨어지면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지난달 13일 제2터미널 ‘환승 의료기관 운영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어떤 의사나 의료법인도 응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될 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수익성에 치중하느라 무분별한 병원 입점을 추진했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