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퇴르연구소의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역량을 기반으로 한국 바이오 벤처 기업과 상생 협력할 것입니다. 내부 연구소 직원들도 좋은 자극을 받아 제2의 ‘큐리언트(코스닥 상장사)’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류왕식(사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24일 경기도 판교의 연구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연구자들이 연구뿐 아니라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라며 “연구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을 연계해주는 등 연구소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2004년 옛 과학기술부가 한국-프랑스 바이오 분야 협력을 위해 설립돼 전염병, 간염, 결핵 등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을 선정해 연구소 입주 및 연구비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연구소 설립 이후 첫 한국인 소장인 그는 “연구소 입주를 희망한 대부분의 바이오 스타트업이 연구소의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지원했다”며 “연구소가 10년간 운영한 기술인 만큼 다른 기관에 비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자랑하는 신약 개발 플랫폼은 ‘페노믹 기술’이다. 이는 세포 내 다양한 생물학적 반응을 정량화하고 질병 감염과 관련된 분자 경로와 약물 표적 등을 이미지화한다. 이 기술로 질병 치료에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를 확인하고 신약 개발이 가능한 후보 물질을 찾을 수 있다. 연구소에 입주할 바이오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이유다.
그는 “다케다 제약, 다이치산교 등 일본 제약사들도 파스퇴르연구소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흡혈 파리로 감염되는 리슈만편포충증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 제약사에서 파스퇴르연구소와 수억원 대 계약을 체결하고 이 기술을 사용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 소장은 증시까지 상장한 ‘큐리언트’와 같은 연구소 자회사가 지속적으로 나오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큐리언트는 2008년 연구소 자회사로 설립돼 연구소로부터 결핵치료제 후보 물질 ‘Q203’을 이전받았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도 진입했다. 20년 이상 바이러스를 파헤쳐 온 류 소장은 “앞으로 전염병 치료제 연구를 위해 전염병 연구의 메카인 프랑스와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