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한 해 교통사고로 33만6,0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2017년 9월 기준 65만명에 이르는 제주도민의 반이 죽거나 다친 것과 맞먹는다. 매일 국민의 12명이 죽고 900명 이상이 다치는 것은 재난 사고와 다르지 않음에도 교통안전은 여전히 후순위 사업으로 밀리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교통안전사업 예산이 2013년 911억원에서 2015년 287억원으로, 2017년 12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추세가 이를 대변한다. 반면 교통안전시설 개선 등의 목적으로 거두고 있는 교통범칙금·과태료는 매년 증가(2015년 7,430억원, 2016년 7,518억원)하고 있음에도 범칙금 수입의 20%는 응급의료기금에 사용되고 나머지 80%는 일반회계로 편입돼 실제 사용처를 알 길이 없다.
교통사고는 예산을 투입하면 감소하고 예산이 감소하면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봐 교통안전은 투자와 직결된다. 이는 과거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 운영기간(2003~2006년)에 사망자의 14%가 감소한 것으로 이미 증명됐다.
현재 지방도로의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이 높음에도 지자체는 예산이 적어 중앙선도 제대로 못 그리고 있다. 관계부처에서는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선을 긋지만 국가가 추구해야 할 최상의 가치인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해서는 특별회계 신설 등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교통안전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다. 선진국과의 비교 등을 떠나 매일 한 명의 국민이라도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가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 가치이다. 이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교통안전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투입해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의 노력이 더 절실하다.
교통안전의 중요성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중요성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추구해나가려고 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로, 의지와 관심을 가진다면 슬로건만큼이나 사람의 생명이 먼저인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