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원은 소비자들이 은행 및 카드회사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 무조건 개별중재를 받도록 하는 약관을 금지하는 소비자보호 규정을 24일(현지시간) 의회검토법(CRA)을 적용해 폐기했다. 공화당 의원 중 2명의 이탈표가 나와 찬반이 50대50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지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의회검토법은 상하원에서 다수결 투표로 행정기관의 각종 규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이날 상원이 무력화한 규정은 금융회사가 ‘문제 제기는 개별중재로 해결한다’는 약관을 넣은 약정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약관 때문에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고 무조건 중재를 받는 사례가 늘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산하의 독립기구인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 7월 이를 막는 규정을 신설했다.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소송 제기를 막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해당 규정은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 규정이 높은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들의 배를 불리고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을 가로막는 과잉규제라며 월가 은행의 편을 들어 폐기를 주장해왔다.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규정은 경솔하게 소송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 지역 은행과 신용협동조합(Credit Union)들의 해치는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상원 표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와 ‘오바마 지우기’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드프랭크법에 근거해 설립한 기관인 CFPB 힘 빼기가 의회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백악관과 공화당은 도드프랭크 대체법을 만들어 금융규제를 풀고 CFPB의 권한도 축소하려 했지만 상원에서 충분한 찬성표(60표)를 확보하지 못해 주춤했었다.
WSJ는 “의회는 올 들어 14번째로 의회검토법을 적용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규제를 뒤집었지만 앞선 시도들은 명확히 금융규제를 겨냥하고 있지 않았다”며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금융규제를 없애는 광범위한 법안들은 아직 의회에 계류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