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대형주지수는 지난 3월 일찌감치 역사적 신고점인 2,080을 돌파했다. 코스닥 대형주지수 역시 7월 연중 고점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2015년 코스닥 랠리 때 형성된 1,671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 중소형지수와 코스닥 중소형지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형주를 제외한 코스피와 코스닥을 막론하고 국정농단과 정권교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이슈 등으로 혼란을 거듭하던 2016년 말 지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 한 해 주목받은 종목을 보면 독보적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2위 SK하이닉스(000660), 시가총액 25조원에 이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068270),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3위 신라젠(215600), 올해 거래소로 이전한 카카오(035720) 등이다. 해당 산업군에서 이익 성장을 주도하며 소위 말하는 펀더멘털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주가를 설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수많은 주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하는 부문은 강화되고 있는 시장의 패시브화다.
투자시장에 대한 전략은 크게 패시브(passive)와 액티브(active)로 나눠 볼 수 있다. 따라서 운용방법에 따라 펀드 역시 패시브펀드와 액티브펀드로 분류할 수 있다. 패시브가 지수 이상의 초과 수익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 비체계적 위험을 제거하고 거래비용을 최대한 낮추며 철저하게 지수 추종에 집중하는 전략이라면 액티브는 초과수익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견하고자 노력하며 시장위험 외 추가로 발생하는 비체계적인 위험을 초과 수익의 기회로 잡고자 한다.
40여년 전 인덱스펀드 출시로 뱅가드펀드가 패시브의 효시가 됐다면 최근 들어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확대와 함께 미국 블랙록이 패시브 시장의 팽창에 획을 긋고 있다. 전통의 액티브펀드인 템플턴·피델리티 등의 자금 유입이 미미한 가운데 ETF 펀드 시장은 올해로 4년 연속 순 자산 유입을 기록하며 4조달러(4,516조원)를 이미 넘어섰고 양사에는 매달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ETF는 기본적으로 코스피200·코스닥150과 같은 지수를 복사한다는 점에서 인덱스펀드와 유사한 대표적 패시브펀드이며 동시에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보강하고 각종 거래, 세제혜택이 부여되고 있어 국내 시장 역시 올 들어 펀드 규모가 30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업의 내재된 가치와 성장은 당연히 주가 수익률에 중요한 핵심 결정요인이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서의 주가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고 한다면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추종 인덱스펀드, ETF로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쪽에서 유리할 수 있다. 코스닥150마저 연중 고점을 돌파하는 가운데 연중 저점권에 이른 코스피·코스닥 중소형주들의 모습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