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31만6,000명 가운데 교사와 강사·의사·운동선수 등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는 14만1,000명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20만5,000명 가운데 7만4,000명은 올해, 나머지는 2020년초까지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지난 7월부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85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환 규모는 총 17만5,000명이다. 하지만 60세 이상을 이유로 제외됐던 청소·경비 종사자 등 3만명이 추가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총인원을 20만5,000명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각 기관에 청소·경비 상당수가 60세 이상이므로 정년을 65세로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전환 대상자를 고용형태별로 분류하면 기간제 7만2,000명, 파견·용역 10만3,000명이다. 직종별로는 기간제의 경우 사무보조원이 1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파견·용역은 시설물청소원이 3만2,27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고용부가 이 같은 로드맵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기본이 돼야 할 소요 재원 규모조차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이 차관은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실태조사를 통해 (전환) 규모가 확정돼야 예산도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실태조사가 끝났고 전환 규모도 확정됐지만 소요 재정은 여전히 ‘깜깜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각 기관이 정규직 전환에 따라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 규모를 고용부에 알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853개 기관이 일정한 기준 없이 추가 재정을 산출해 현재로서는 공개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합산액이 고용부가 새로운 임금체계의 도입 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가늠해본 것보다 훨씬 큰 것만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우선 내년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일부 공공기관 등에 정규직 전환을 위해 1,2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는 밝혔지만 이는 전체 소요 예산이 아니다. 전환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인건비 총액이 아닌 식비·복지포인트·명절휴가비 등의 재원인데다 이마저도 전체가 아닌 일부 기관의 예산만 산출한 것이다. 몇 개 기관이 몇 명을 전환하는 데 1,226억원이 드는지조차 고용부는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새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기존 파견·용역업체의 수익을 처우개선에 활용함으로써 재정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만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나 기존 정규직과 전환 대상자 간 노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나 청년 일자리 축소와 관련한 대책, 자회사의 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 해소 방안 등은 이번 전환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