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내 한 중앙 일간지가 ‘북한이 대북제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대북제재에 대한 ‘약발’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북한에는 제재피해 조사위가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내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위원회를 출범시킨다. 1990년 중반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던 당시에는 ‘큰물피해 조사위’를 세웠다. 제재피해 조사위는 지난 20일 담화를 내고 “주민들의 일반 생활용품까지 이중용도의 딱지가 붙어 제한받음으로써 어린이들과 여성의 권리 보호와 생존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해당 언론사는 피해조사위 설치가 북한의 전술 변화를 알리는 표식이라고 보도했다. 제재 무용론과 함께 “미 제국주의의 고립압살 책동을 분쇄하자”고 주장하던 데서 ‘피해자 코스프레’ 쪽으로 선회했다는 거다. 그 근거로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이 현 상황을 ‘엄혹한 난국’이라고 규정한 것을 들었다. 이는 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고 토로하던 걸 연상시킨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불만을 미국과 서방국가 쪽으로 돌리고 있다. 만약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 초강도 제재를 자초했다는 쪽으로 불똥이 튀었다가는 낭패란 점에서다. 평양과 지방 주요 도시를 이어가며 반미 군중시위를 벌이게 만드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꼬여가고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엘리트나 부유층이 주 고객인 주유소의 휘발유 값이 급등하고 시장물가도 들썩인다는 점에서다. 또 대북정보 관계자가 “쌀과 환율 등은 장마당과 암달러의 힘으로 일단 큰 동요 없이 버티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대북제재가 심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류승연 인턴기자 syry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