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떤 드라마가 연출될까.
열 돌을 맞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는 유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많았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아홉 차례 대회 가운데 세 번이 연장 승부일 정도로 매번 예측 불허의 흐름이 계속됐다. 연장전 없이 마무리된 여섯 차례 대회에서도 1·2위의 격차는 세 번이 1타, 가장 크게 벌어진 2타 차도 세 번이었다.
인천 드림파크CC 파크코스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는 이승현(26·NH투자증권)이 최종일 7타를 줄여 혼전을 평정하고 최종합계 17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당시 이승현·이정은5·배선우·안신애·이민영 등 5명이 최종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이승현은 잠시 선두를 내주기도 했지만 15번홀에서 공동 선두를 되찾은 뒤 마지막 18번홀에서 12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이정은(29·교촌F&B)을 2타 차로 제쳤다.
경남 거제의 드비치 골프클럽에서 펼쳐진 지난 2015년 대회는 ‘스텝스윙’ 김혜윤(30)의 부활 무대가 됐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8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김혜윤은 1번과 2번, 4번홀에서 세 차례나 그린 주변 칩 샷을 홀에 집어넣는 묘기를 연출한 후 퍼트가 살아나면서 2위 조윤지를 2타 차로 따돌렸다.
2014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고 강풍이 몰아친 가운데 허윤경(27·SBI저축은행)이 김효주(22·롯데)와의 첫 번째 연장전에서 2m 파 퍼트를 홀에 떨궈 명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산에서 펼쳐진 2012년 대회에서는 이정민(25·비씨카드)이 김해림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두 자리를 지켜 1타 차로 우승했다.
2011년은 역대 우승자끼리의 연장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2008년 챔피언 김하늘(29)과 2009년 우승자 이현주(29)가 맞붙었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지킨 김하늘이 우승, 2년7개월의 우승 갈증을 씻었다. 김하늘은 지난해까지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두 번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2008년 이 대회 첫 우승 때는 최종일 마지막 홀 10m가 넘는 거리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 1타 차 역전 우승을 결정짓는 명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정은5가 우승한 2010년에는 준우승자 장수연(23·롯데)이 화제였다. 고1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은 마지막 말 15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그린 주변에 놓아둔 골프백이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2벌타 탓에 공동 선두가 된 장수연은 결국 첫 번째 연장전에서 졌다. 신지애(29)는 2007년 창설된 이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으나 마지막 날 6타를 줄여 1타 차로 역전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을 거둔 신지애는 이후 7승을 더 보태 9승으로 기록적인 시즌을 보냈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