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치분권 확대, 재정여건 봐가며 신중 추진을

문재인 정부 5년간 추진될 자치분권 로드맵이 26일 공개됐다. 중앙정부에 집중됐던 행정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양하고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자치단체 간 연계·협약체인 광역연합 설립, 법령 제·개정 시 자치권 침해 여부 등을 검토하는 자치분권 사전협의체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다. 이전 정부들에서 내놓은 것에 비해 진일보된 방안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게 눈에 띈다.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장기적으로 6대4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실현하려는 새 정부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러나 우려되는 게 한둘이 아니다. 정부 구상대로 재원확충이 가능한지, 협의체 등이 목적대로 운영될지 등의 걱정들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지방재정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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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희망대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이 되려면 ‘재정분권’이 절실하다. 재정의 뒷받침 없이는 광역 자치경찰제 등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215개로 전체의 90%에 이른다. 153곳은 자립도가 30%를 밑돌 정도다. 역대 정부들이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지방분권에 공을 들였는데도 별 진전이 없는 것은 이 같은 지방재정 상태를 개선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 점을 의식해 새 정부도 지방세 비중을 2배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새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쏟아낸 복지정책 등에 수십조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마당이다. 상당수는 재원확보 방안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런 형편인데 지방세 비중을 확 늘리는 게 가능하겠는가. 지방분권 실현은 가야 할 길이다. 그렇더라도 재정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청회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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