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자치와 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도성장기에는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 방식이 효과적인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앙집권적 방식으론 더 이상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다”라고 전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지방분권 공화국’이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성장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구조 개편보다 지방분권과 선거구제 개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 밝힌 ‘4년 중임제’를 포기하더라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것.
이날 시도지사 간담회는 문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진행됐다. 시도지사 간담회는 문 대통령 개헌 공약의 핵심인 제2국무회의의 예비모임 격인 것다. 이를 청와대가 아닌 지방에서 연 것도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에게 “지방분권 개헌에 함께해 주실 거라 믿는다. 함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여야를 떠나 국회가 지방분권을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에 합의하도록 힘을 실어 달라는 의미.
한동안 구체적인 개헌 구상을 밝히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문 대통령이 다시 개헌을 강조하며 개헌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헌특위가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한 내년 2월을 넘기면 개헌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개헌특위는 지방자치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헌 방향에는 원론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구체적인 수준과 방식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 더욱이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는 첨예한 이견을 보이며 평행선상을 보였다. 이에 지방에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에게서는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하면 이 역시 국회 문턱조차 넘어서기 어렵다. 이 경우 정부안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성황.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치권의 합리적이고 신속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국회 논의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평창 겨울올림픽(내년 2월)을 넘기면 시간이 촉박해진다. 합의가 불투명하면 정부가 먼저 개헌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개헌안에 담길 구체적인 혁신안도 제시하고 나섰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 6 대 4까지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입법권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법에 ‘지방분권 시대’를 명문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자치입법권과 재정권, 행정권, 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명시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