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24/7] "과실인정 말고 보험사 신고부터"...손목치기범, 너 오늘 딱 걸렸어!

■교통사고 보험사기 대처법

보험료 인상 부담 심리 노리고

사기범이 과실확인서 요구 땐

사고현장 촬영·블랙박스 등 확보

경찰·금감원 등에 적극 제보해야

법규 위반 차량 노린 사고도 많아

운전자 불법유턴·역주행 등 금물

교통사고 사기범 정모(53)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대치동 주택가에서 한 차량에 다가가 고의로 몸을 부딪치고 있다. 정씨는 운전자 과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 어설픈 연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제공=서울 수서경찰서.교통사고 사기범 정모(53)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대치동 주택가에서 한 차량에 다가가 고의로 몸을 부딪치고 있다. 정씨는 운전자 과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 어설픈 연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제공=서울 수서경찰서.




직장인 김미영(30)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학동로의 한 좁은 골목길에서 운전하다 ‘퉁’ 하는 소리에 놀라 차를 멈췄다. 차 옆으로 걸어가던 박모(40)씨는 “이런 식으로 운전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당신 차에 부딪혀 휴대폰 액정이 깨졌으니 수리비로 15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박씨의 휴대폰 액정이 깨진 것을 보고 당황해 합의금을 황급히 건넸다. 하지만 얼마 후 박씨는 교통사고 사기범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여성 운전자만 골라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휴대폰 수리비 명목으로 5만~30만원을 상습적으로 뜯어냈다. 게다가 일부 여성 피해자에게는 “커피 한잔하자”고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기범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단 교통사고가 나면 당황하는 운전자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기범죄에는 어떤 유형이 있고 어떻게 해야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교통사고 사기범들은 주로 목격자나 CCTV가 없는 후미지고 좁은 골목길이나 중앙선이 없고 차도·보도의 구분이 없는 생활도로를 범행 장소로 선호한다. 주로 차량의 사이드미러, 보닛, 전후방 범퍼, 뒷바퀴 등 운전자가 볼 수 없으면서 자신의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에 부딪히는 사례가 많다. 서행하거나 후진하는 차량이 주요 범행 타깃이다.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은 ‘손목치기’다. 손목치기는 서행·후진 차량이나 주차하고 있는 차량에 다가가 손목이나 팔 등을 슬쩍 부딪치는 수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발생했던 교통사고 사기 가운데 손목치기는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륜차 사고(16.6%), 후진 차량 접촉(11.7%), 발목치기(4.7%) 등이 뒤를 이었다.

관련기사







교통사고 사기를 피하려면 먼저 자신의 과실을 성급하게 인정하면 안 된다. 사기범은 대개 사고 과실을 따지면서 과실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한다. 당황해서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확인서를 써주면 사기꾼을 돕는 꼴이 된다. 정관성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사기꾼들은 보험료 인상 부담 때문에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꺼리는 운전자의 심리를 이용한다”며 “지급되는 보험금이 소액이며 나중에 지급된 보험금만큼 보험회사에 납입하면 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있으므로 사고가 나면 일단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다면 다음은 사고현장과 충돌 부위를 촬영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블랙박스, 목격자, 사고 당사자의 신원도 꼭 확보해야 한다. 특히 블랙박스는 운전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당국도 블랙박스 보급이 교통사고 사기범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전체 보험사기 가운데 자동차보험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4년 50.2%에서 2015년 47.0%, 2016년 45.0%, 올 상반기 44.4%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김창영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조사계장은 “교통사고 사기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들어갔을 때 영상증거가 있으면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사고가 난 뒤 교통사고 사기가 의심되면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차와 차가 부딪쳐 사고가 났을 때는 수리비 내역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상대방이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가급적 보험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을 이용하도록 해야 허위·과다청구를 줄일 수 있다. 사고현장에서 교통사고 사기로 의심되면 지체 없이 경찰이나 금감원에 신고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보험사기방지센터(insucop.fss.or.kr)의 ‘보험사기신고센터’에서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다.

교통사고 사기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약점을 잡히지 않도록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대처법을 잘 알고 있어도 본인 과실이 명백하다면 사기범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기범들은 음주운전, 불법 유턴, 역주행,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노려 고의로 사고를 낸다.

7월 술집 인근 골목에 음주운전자가 많다는 점을 노린 교통사고 사기범 전모(32)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14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42차례에 걸쳐 고의 접촉사고를 내고 보험금과 개인 합의금 등으로 1억3,000만원을 뜯어냈다. 전씨가 마음 놓고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음주운전이라는 운전자의 명백한 과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우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