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명 중 2명은 우리나라의 원전기술력을 세계 최고로 평가했다. 한국형 원전 노형인 APR-1400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절반은 사고 확률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에너지를 전공한 대학 교수와 연구기관 종사자 등 6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원전기술력 평가를 묻는 질문에 38명(63.3%)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명(16.7%)은 중상위급이라고 답했고 12명(20%)은 경쟁국과 엇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의 원전기술력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에 따르면 APR-1400과 같은 제3세대 경수로 원전 중 상업운전에 성공한 것은 APR-1400뿐이다. 경쟁 노형인 프랑스의 EPR 및 미국의 AP1000은 아직도 상업운전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APR-1400이 까다로운 미국과 유럽의 인증심사를 경쟁국에 비해 빠르게 통과한 것도 한국 원전기술력을 입증하는 증거다. APR-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 ‘EU-APR’의 표준설계는 최근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았다. 역대 EUR 본심사 가운데 최단기간인 24개월 만에 최종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APR-1400은 6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심사(3단계)를 통과하기도 했다. 반면 프랑스 아레바의 EPR는 NRC 심사를 중단했고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APWR는 인증심사를 신청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1단계를 통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APR-1400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60명 중 32명(53.3%)은 사고 발생 확률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고 25명(41.7%)도 사고 발생 확률이 있지만 안전하다고 답했다. 95%가 APR-1400을 안전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안전하다고 믿기 어렵다’고 답한 응답자는 2명에 그쳤다. APR-1400은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해 설계된 노형이다. 노심이 녹아내리는 등 중대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2세대 원전은 1만분의1이었지만 APR-1400은 10만분의1 수준으로 개선됐고 진도 7.0의 지진까지 버틸 수 있는 내진설계도 강화됐다. 한국형 원전이 미국과 유럽의 규제평가를 통과한 것 역시 한국 원전의 안전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결과다.
전문가들은 원전이 ‘친환경’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보다 낫다고 답했다. 원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친환경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60명 중 34명(56.7%), 신재생이 낫다고 답한 응답자는 11명(18.3%)에 그쳤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전원별 탄소배출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원전은 12gCO2eq/㎾h, 태양광은 48gCO2eq/㎾h였다. 우라늄 채광에서부터 발전소 건설과 폐로 등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더라도 CO2 배출량이 신재생에너지보다 적다는 뜻이다. 25일 한국원자력학회에 참석한 미국 환경운동가 마이클 셸런버거는 “원자력은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에너지원”이라며 “한국의 경우 원전을 줄이면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했던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원전을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국토 훼손이 뒤따른다는 점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집열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산림 등 대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전북 완주군 상관면과 고산면 일대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예고되자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자연을 훼손하는 태양광 발전에 반대한다”며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태양광 발전 때문에 훼손된 산림으로 인해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와 반사광 등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